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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노년의 삶이 고독하다고요? ‘구독’하세요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전호겸의 구독경제로 보는 세상(2)

대학교수 겸 경제 칼럼니스트다. 대기업, 건설사, 통신회사 등을 두루 거쳤다. 천착한 분야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 구독경제는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는 것처럼 일정 기간 구독료를 지불하고 상품,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는 경제활동을 일컫는다. 국내에는 2010년대를 전후하여 도입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로 언택트 시대가 오면서 날개를 달았다. 소비문화에 혁신을 가져올 구독경제 세상으로 독자 여러분을 안내한다. 〈편집자〉

고독의 사전적인 뜻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이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많은 사람과 함께 있어도 고독하고 외롭다는 의미로 쓰인다. 인생은 고독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중년 이후의 삶은 더더욱 고독감이나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제 인생에도 구독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고독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중년 이후의 삶은 더더욱 고독감이나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사진 pixabay]

인생은 고독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특히, 중년 이후의 삶은 더더욱 고독감이나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사진 pixabay]

구독은 영어로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이라고 부르는데 사전에 보면 구독 이외에도 기부금, 가입, (서비스) 사용 등의 뜻도 있다. 구독을 한문 그대로 해석하면 ‘사서 읽다’이다. 얼마 전까지는 신문, 우유 등의 구독 정도로 보통 쓰이고 이해되었다.

요즘 구독이라는 단어에 경제를 합쳐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구독경제란 일정 금액을 먼저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독해 사용하는 경제모델을 말한다. ‘거창하게 경제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새로운 경제 트렌드라고 말하는 걸까?’, ‘우리가 오랫동안 해오던 신문, 잡지, 우유 구독하고 무엇이 다르지?’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을 것이다.

인공위성도 구독하는 시대

사실, 우리는 모두 예전부터 구독경제 시대의 구독자(소비자)였다. 어린 시절 아침마다 집으로 배달되는 우유, 신문, 잡지 등이 대표적인 구독 상품이다. 인기 유튜버의 동영상을 보다 보면 항상 빠지지 않는 멘트가 무엇일까. 바로 ‘재미있게 보셨다면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또는 ‘구독 부탁드려요~’다. 구독경제라는 단어는 낯설지만, 다들 한 번쯤은 유튜브를 보고 ‘구독’과 ‘좋아요’을 눌러본 적은 있을 것이다.

우리는 모두 예전부터 구독경제 시대의 구독자였다. 어린 시절 집으로 배달되는 우유, 신문, 잡지 등이 대표적인 구독 상품이다. 다들 한번쯤 유튜브를 보고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본 적 있을 것이다. [사진 pixabay]

우리는 모두 예전부터 구독경제 시대의 구독자였다. 어린 시절 집으로 배달되는 우유, 신문, 잡지 등이 대표적인 구독 상품이다. 다들 한번쯤 유튜브를 보고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본 적 있을 것이다. [사진 pixabay]

그뿐만 아니라 우리는 1990년대부터 통신 핸드폰을 사용하고 매달 정기적으로 통신사에 비용을 지불하는 구독서비스를 다들 지금까지 사용해 오고 있다. 구독경제는 기존의 신문·우유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같은 미디어 콘텐츠, 소프트웨어, 게임, 의류, 식료품, 농수산물, 음악, 자동차에서 주택 및 주거까지 지속해서 넓어지더니 출퇴근 비행기까지 확장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 9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공위성을 구독료만 내면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를 발표하였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가 다 구독경제에 편입되고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이미 구독 서비스를 즐기고 있는 구독경제의 구독자였다.

인생 자체가 구독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 중에 ‘이용’이라는 단어가 있다.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이롭게 사용한다’ 이다.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의 사전적 뜻 중에도 ‘사용’이라는 단어가 있는 것을 보면 결국 ‘구독’은 ‘이용’이라는 단어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구독경제는 소유에서 이용(경험)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구독경제는 인생과 같아 인생은 시간이라는 정기구독료를 내고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공기, 바람, 물 등 자연환경이나 집, 자동차, 핸드폰 등 각종 물건 등은 소유하고 있는 듯하나 실제로는 이용하는 것이다. 둘의 차이는 인생은 구독료가 시간이고 구독경제는 재화(돈)라는 차이뿐이다.

‘고객 생애 가치’가 중요

마케팅 용어 중에 소비자 한 명이 기업의 고객으로 있으면서 발생하는 수익의 총합계를 계산하는 ‘고객 생애 가치(Customer Lifetime Value)’라는 개념이 있다. 고객 생애가치는 한 명의 고객이 일회성 소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평생에 걸쳐 같은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 등을 주기적으로 소비한다는 가정에 따라 고객 가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바로 로열티 있는 고객을 말하는 건데, 요즘 유행하는 용어인 ‘팬덤(fandom)’을 얼마나 가지고 있냐가 중요하다.

구독경제의 가장 핵심은 지속적인 고객 확보와 수익 창출이기 때문에 ‘고객 생애가치’ 창출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구독자의 불편함은 물론 숨겨진 취향까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구독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구독서비스 회사는 고객과 오랜 시간 신뢰관계를 맺어야 한다. 신뢰관계가 훼손되면 고객은 구독을 해지하고 떠난다.

인생도 구독경제와 유사하다. 인생이 고독한 이유는 홀로 있는 듯한 느낌 때문이다. 나를 구독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인생은 고독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주변 사람들과 신뢰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내가 먼저 내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과 취향을 확인해 먼저 배려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준다면, 사람들은 나를 평생토록 구독해줄 것이다. 즉 나의 팬덤들이 생기는 것이다.

국가는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국민이 스스로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해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 및 학습 기회 제공 및 ‘온국민평생장학금’을 도입해야 할 책무가 있다. [사진 pixabay]

국가는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국민이 스스로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해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 및 학습 기회 제공 및 ‘온국민평생장학금’을 도입해야 할 책무가 있다. [사진 pixabay]

헌법31조 ‘평생학습권’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인생 2~3모작은 기본인 시대가 오고 있다. 재취업이나 여가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직업 능력, 인문 교양, 창업 등 전방위적 학습을 통해 누구나 전 생애에 걸쳐 자신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은퇴 없는 사회와 품격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평생 교육 및 학습이 필요하다.

우리 헌법 31조는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고 명시 하고 있다. 국가는 변화하는 시대에 걸맞게 국민이 스스로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해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 및 학습 기회 제공 및 ‘온국민평생장학금’을 도입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해외에서는 싱가포르, 프랑스 등이 현재 국민의 평생 교육 및 학습을 책임지고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스킬스 퓨처 운동(Skills Future Movement)’을 도입해 각종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성하고, 전 국민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국민 1인당 약 42만원가량의 크레디트를 지급해 평생 교육 및 학습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3시간짜리 컴퓨터 기초 수업부터 5년이 소요되는 법학 학사 과정까지 다양한 강좌가 담겨 있다. 또한, ‘고등교육 및 스킬(higher education and skills) 담당 장관직’을 신설해 정책을 총괄하도록 했다."고 한다.

즉, 싱가포르는 평생 교육과 학습이 곧 나라의 미래라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정치권에서 ‘헌법31조’, 평생 교육 및 학습 그리고 ‘온국민평생장학금(People’s Lifelong Scholarship, PLS)’ 관련 토론회가 개최되는 등 다양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젠 인생고독 아닌 인생구독 필요

인생 구독은 누군가 나를 구독해주는 것, 즉 나를 찾아주는 것이다. 그것이 고용, 사업적 파트너, 업무적 관계 같은 경제적인 구독부터 나를 찾아주는 친구들, 주변 지인들 같은 각종 인간관계까지 모두 구독의 일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결국 찾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고독하다. 인생 고독이다. 인생도 구독경제도 얼마나 많이 소유했나 보다 얼마나 의미 있게 사용하고 끊임없이 학습하고 정진해 주변 사람들과 오랜 기간 잘 어울려 살았는지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인생고독이 아닌 인생구독을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미래로 가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른 지금, 시대에 소외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도 수반 되어야 하지만 국가와 사회 차원의 논의와 체계적인 준비 그리고 실행도 필요하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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