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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 160조 중 75조 지역에 투자…'빚잔치' 부추긴다 비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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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판 뉴딜 사업비 160조원 가운데 75조원을 지역에 투자한다. 한국판 뉴딜과 연계해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함께하는 지역균형발전 뉴딜이다. 뉴딜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지자체에 정부는 보조금, 지방교부세 등을 더 얹어주기로 했다.

관계부처 합동 ‘지역균형 뉴딜 추진 방안’ #참여 지자체에 보조금ㆍ교부세 인센티브 #뉴딜에 지자체 동원…“당근이 아닌 채찍”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역균형 뉴딜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전국 17개 시ㆍ도 단체장이 회의에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에 더해 한국판 뉴딜의 기본 정신으로 지역균형 뉴딜을 추가하고자 한다”며 “지역균형 뉴딜은 지금까지 추진한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더욱 힘을 불어넣고 질을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판 뉴딜 160조원의 47%인 75조3000억원이 실질적으로 지역에 투자된다”며 “한국판 뉴딜의 궁극적인 성공을 위해선 지역의 적극적 동참과 협업이 필수”라고 밝혔다.

지역균형 뉴딜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진행된다. 한국판 뉴딜 내 지역 사업, 지자체 주도형 뉴딜 사업. 공공기관 선도형 뉴딜 사업이다.

한국판 뉴딜 내 지역 사업은 이름 그대로 한국판 뉴딜 재원을 활용해 직접 지역에 투자하는 사업이다. 사례로는 노후 공공임대주택 그린 리모델링, 스마트그린도시 조성, 국도 내 지능형 교통체계 설치 등이 있다.

한국판 뉴딜 지역사업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판 뉴딜 지역사업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자체 주도형 뉴딜 사업은 지자체 자체 재원과 민간 투자를 활용해 지역 특성에 맞게 설계한 사업이다. 수요 공급 상생협력 로봇화 공장 확대(대구), 자율 주행차 시범운영 특례지구 지정ㆍ운영(세종), 공공 배달 플랫폼 구축 지원(경기) 등이 해당한다.

공공기관 선도형 뉴딜 사업은 지역에 기반을 둔 공공기관이 자체 재원으로 한국판 뉴딜과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는 걸 말한다. 지능형 디지털발전소 구축(한국전력공사 등), 당진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기지 스마트팩토리 구축(한국가스공사) 등이 대표적이다. 홍 부총리는 “지자체가 창의에 기반한 지역균형 뉴딜 사업 발굴에 동참하도록 교부세ㆍ지방채 한도 지원, 투자 절차 간소화, 뉴딜과 지역 관련 펀드 투자 등을 통해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지방자치단체에 인센티브(혜택)를 주기로 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매년 지역균형 뉴딜 사업을 평가하고 혁신성과 효과성이 뛰어난 사업을 발굴해 국가균형특별회계(균특회계) 차등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역균형 뉴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지자체에 교부세 추가 지원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또 지자체가 뉴딜 관련 사업을 진행할 때 사전에 거쳐야 할 타당성 조사, 지방재정 투자 사업 심사 등을 면제하거나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진 장관은 “한국판 뉴딜펀드, 지방기업펀드, 지역산업활력펀드와 같은 정책 펀드를 활용해 지역균형 뉴딜 사업과 지역 혁신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지역균형 뉴딜로 확장하는 청사진을 이날 내놨다. 하지만 이전 발표한 한국판 뉴딜 사업에 따라붙었던 문제점과 한계는 여전하다. 지역균형 뉴딜이란 새 문패를 달았지만 세부 사업을 살펴보면 이미 발표한 한국판 뉴딜 사업이나 지자체ㆍ공공기관이 기존 추진하고 있던 사업을 재포장한 게 대부분을 차지한다.

문재인 정부가 갑작스레 추진한 뉴딜 사업에 지자체를 동원한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다. 정부는 한국형 뉴딜에 협조하는 지자체에 지방 특별ㆍ보통교부세, 균특회계 등 추가 지원을 ‘당근’으로 제시했다. 이는 거꾸로 ‘채찍’도 될 수 있다. 각종 지원 평가 기준에 뉴딜 추진 실적이 새로 포함되면서 관 주도 사업에 적극적이지 않은 지자체는 자칫 손해를 볼 수 있다.

한국판 뉴딜 사업 명목이라면 한도를 넘어 지방채를 발행할 수 있게 한 것도 문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재난지원금과 방역 사업 지출이 늘면서 지자체의 지방채 발행은 급증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집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3일까지 지방채 발행 규모는 5조92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2조5153억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발행액(4조5498억원)을 뛰어넘었을 뿐 아니라, 지방채 발행이 역대 최대였던 2015년 연간 기록(5조7803억원)을 이미 깼다.

지방채는 발행하는 만큼 고스란히 빚으로 잡힌다. 코로나19로 인해 중앙정부 채무 못지않게 지방정부 부채에도 비상등이 켜진 상황이다. 한국형 뉴딜 사업 추진을 이유로 정부가 지자체에 ‘빚잔치’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역균형을 강조했지만 이미 발표한 뉴딜 사업에 지방을 끼워 넣은 수준에 불과하다”며 “모자란 중앙정부의 재원을 지방채를 통해 조달토록 해 오히려 지자체에 부담과 책임을 더한 꼴”이라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지역 신사업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며 신사업의 물꼬를 터주는 게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조현숙ㆍ하남현ㆍ최은경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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