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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광화문 차벽 세울때…직원 27명과 산행한 성북구청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장산 '시설점검'을 했다며 올린 게시글에 첨부한 사진. [이승로 성북구청장 페이스북 캡처]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장산 '시설점검'을 했다며 올린 게시글에 첨부한 사진. [이승로 성북구청장 페이스북 캡처]

서울시의 10인 이상 집회 금지 조치로 광화문 광장에 차벽이 세워진 지난 9일 이승로 성북구청장이 직원 20여명과 함께 산행에 나섰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따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가 컸던 한글날 연휴 중 지자체장이 산행이나 회식같은 단체 행동을 주도한 것은 정부의 방역 지침과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성북구청 등에 따르면 이 구청장은 9일 오전 11시 '시설점검' 명목으로 직원 27명과 함께 돌뫼어린이공원에 모여 40분에 걸쳐 천장산에 올랐다. 이날 행사는 구청 내부에서 처음에는 '등산'으로 공지됐지만 코로나19를 의식한 탓인지 시설점검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정작 구청의 시설점검 관련 부서인 공원녹지과는 참여하지 않았고, 자치행정과·행정지원과·홍보팀의 직원들만 참석했다. 산행이 끝난 후에는 인근 고깃집에서 회식도 했다.

구청장 측은 "정부의 12일 거리두기 완화 계획이 알려져 있었고, 그에따라 등산하는 구민들도 늘어날 것 같아 9일 미리 시설을 점검한 것"이라고 밝혔다. 구청 측은 이에앞서 추석인 1일에도 직원 70여명이 성북천 물고기 집단 폐사 현장을 찾아 하천 정화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구청장 측은 또 단체 회식에 대해서는 "사랑제일교회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근 시장 경제 사정이 힘들어져 돕기 위한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성북구청은 근무일이 아닌 휴일에 직원들을 부른 만큼 '초과근무 수당'도 지급한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휴일에 추가 수당을 받자고 출근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싶다. 굳이 공휴일에 직원들을 불러서 산행을 가자고 하는 것은 갑질"이라며 "내부적으로 원성은 있지만 말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승로 성북구청장 페이스북 캡처]

[이승로 성북구청장 페이스북 캡처]

단체 산행을 목격한 시민들은 이 구청장의 페이스북에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 구청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시설점검 관련 글에 한 구민은 "천장산으로 산책 나갔다가 지나가시는 것 봤다. 많은 분들과 동행하시길래 등산 나들이 오신 줄 알았는데 시설점검이었군요"라고 적었다.

한편,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12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밀폐·밀집·밀접한 3밀 환경, 기온·습도 등 환경 변화를 비롯해 가을산행 등 행사를 가장 큰 코로나 19 확산 위험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또 방역당국은 관광버스를 함께 이용하거나 뒤풀이로 이어질 수 있는 단체 산행 자제를 요청했고 불가피한 경우 동행 인원을 최소화하도록 당부한 바 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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