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89)
소비자가 위스키를 싸게 사고 싶은 건 당연하다. 6만 원 주고 산 위스키가 5만 원에 팔리는 꼴을 보면 배가 아프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스키는 판매점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또 온라인으로 주문해 택배로 받을 수도 없다. 경쟁력 향상이라는 명목 아래 택배까지 할 수 있는 전통주류와 정반대다. 그래서 소비자는 ‘위스키 싸게 살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위스키를 싸게 살 수 있을까.
물건을 싼 가격에 사는 정공법은 역시 ‘발품’이다. 사고 싶은 위스키를 정했다면 주류샵, 백화점, 대형마트, 전통시장을 두루 둘러보자. 발품에 들이는 시간만큼 힘들겠지만, 싸게 위스키를 살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다양한 위스키를 직접 보면서 새로운 위스키를 발견할 수 있다. 또 평소 구하기 힘들었던 위스키를 우연히 만날 가능성도 있다.
대형 주류샵의 세일 기간을 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형 주류샵은 주기적으로 세일을 한다. 신제품이 출시돼 홍보를 해야 할 때나 재고를 줄여야 할 때 세일을 한다. 세일 정보는 주로 온라인을 통해 알려진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나 단체 채팅방에 참여하면 정보를 얻기 쉽다. 대형 주류샵 홈페이지를 자주 들락거리는 것도 방법이다.
면세점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을 가긴 어려워졌지만, 우리에겐 제주도가 있다. 제주도에서 다른 지방으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면, 제주공항면세점이나 중문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다. 1인당 400달러 이하 위스키 1병을 구매할 수 있다. 연간 총 6병까지 살 수 있으니 최대한 이용하고 싶으면 제주도를 6번 다녀오자. 제주도로 여행 가는 지인에게 위스키 구매를 부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폐업하는 술집이나 바에서 사는 것도 방법이다. 도매상에 주류 반품이 불가능할 때는 알음알음 술을 파는 경우가 있다. 도매가는 소매가보다 싼 편이라 상당히 싼 가격에 살 수 있다. 또 처분이 급하면 손해를 보며 내놓기도 해서 횡재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주류 처분 정보는 잘 공개되지 않는다. 평소 위스키를 취급하는 업장이나 위스키 마니아들과 알고 지내면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한국은 위스키 소비량이 많은 국가 중에 위스키에 부과되는 세금이 가장 높은 편이다. 국내에서 아무리 싸게 위스키를 사도 해외 구매가보다 훨씬 비싸다. 이렇게 비싼 위스키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야 하지 않을까. 또 비싸게 사는 만큼 택배도 허용됐으면 한다. 싸고 편리하게 위스키를 살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위스키 인플루언서 theore_cre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