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D]사람의 뇌와 인공지능을 연결하면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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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공상과학(SF) 영화에서 인간의 뇌와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곤 합니다. 뇌에 데이터를 직접 입력하거나 기억을 삭제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합니다. 영화 속에서는 손쉽게 인간의 뇌와 신체를 조종할 수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아직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점차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인간의 뇌에 칩을 넣어 뇌 신호를 파악하고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는 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뇌에 삽입한 전자칩을 통해 생각만으로 사물을 움직이고, 치매 등 각종 질환을 극복하는 등 인간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영역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뇌에서 직접 음악 스트리밍을?

테슬라의 창업자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는 생명공학 기업인 뉴럴링크를 설립했습니다. 뉴럴링크는 최근 시연회를 통해 뇌에 전자칩을 이식할 수 있는 뇌 임플란트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머스크는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을 연결해 인간의 지능을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습니다.

뉴럴링크는 전자칩을 이식해 생활한 돼지의 활동과 뇌 신호를 실시간으로 컴퓨터에 기록하는 장면을 공개했습니다. 전자칩을 이식하고 이후 제거 수술까지 받은 돼지는 이전과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이러한 뇌 전자칩이 기억력, 우울증 등 뇌에서 비롯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뉴럴링크의 뇌 임플란트 (출처: 뉴럴링크)

뉴럴링크의 뇌 임플란트 (출처: 뉴럴링크)

머스크의 말처럼 뇌 신호를 파악하고 연구해 복잡한 뇌의 구조와 동작 원리를 알 수 있다면, 뇌 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장애를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척추의 중추신경이 손상을 입으면 뇌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신호가 단절됩니다. 전자칩을 통해 근육으로 보내는 신호를 복구하면 신체 부위로 전달되지 않던 뇌 신호를 대신 전달해 마비된 신체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뉴럴링크 이전에도 많은 연구팀이 뇌 전자칩 이식을 통해 마비된 신체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등 여러 장애를 해결할 수 있는 결과를 보여왔습니다. 또한 뇌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뇌에는 약 1000억 개의 뉴런(Neuron)이라는 신경세포가 있습니다. 신경세포는 전기신호와 화학물질을 통해 다른 무수히 많은 다른 뉴런과 연결되는데 연결된 링크는 수백, 수천 조 단위로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따라서 인간의 뇌가 어떻게 사랑에 빠지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완벽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만약 뇌에 심은 수많은 전극과 전자칩을 통해 뇌에서 생겨나는 모든 신호와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대량으로 빠르게 분석 처리하는 인공지능이 있다면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눈만 깜빡여도 백과사전의 데이터가 머릿속에 들어오고 인간의 생각은 컴퓨터에 저장되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 언어를 사용할 수 있어 별도의 번역기가 필요 없습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도 귀가 아닌 뇌로 듣게 됩니다. 음악을 듣겠다고 생각하면 바로 음악이 재생되어 들리는 경험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컴퓨터에서 인간의 뇌에 데이터를 보내는 등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Brain-Computer Interface)를 통해 상호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할 전망입니다.

뇌로 바로 듣는 음악

뇌로 바로 듣는 음악

인간의 인공지능화는 가능할까?

물론 이러한 시대가 오려면 아직 여러 난관을 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뇌에 이식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의료 측면에서 안전 문제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식할 때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얇은 전극들을 이식하는 기술과 기기가 필요합니다. 이식 후 뇌에 손상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고 장기간 생활에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따라서 의학, 공학 등 많은 영역의 연구 개발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컴퓨터 해킹과 같은 인간 뇌 해킹도 대비해야 합니다. 컴퓨터 해킹보다 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뇌에 삽입된 전자칩에 잘못된 기억이나 정보를 주입하거나,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명령을 내려 인간을 제어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유 의지를 갖지 못하고 컴퓨터나 인공지능에 의해 좌우되는 결정을 내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문제를 잘 대비하고 극복하면 뉴럴링크와 같은 기술의 발전은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입니다. 컴퓨터, 인공지능과의 연결은 인간이 가진 정신적, 육체적 한계를 해결할 것입니다. 뇌와 인공지능의 연결시대가 점차 다가오고 있습니다.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다.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1인 컨설팅 기업인 에이블랩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인공지능·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디지털 경제와 산업에 대한 3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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