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옵티머스 조치 112일이나 끌다 '유예'

중앙일보

입력 2020.10.13 06:00

업데이트 2020.10.13 08:03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재무건전성 미달 관련 조치를 하면서 다른 운용사보다 두배의 기간을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옵티머스운용에 "12월 전까지 펀드 설정이 가능하겠냐", "돈을 먼저 받아 외형을 갖추기는 어렵냐"며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이후 끝내 '조치 유예안'을 금융위원회에 상정했다.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앞. 중앙포토

검사 112일 뒤 '유예' 조치…평균 2배 소요

13일 금감원이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이 옵티머스운용의 자기자본 미달 관련 검사를 끝낸 날(2017년 8월 30일)로부터 이에 대한 '적기시정조치 유예 안'을 금융위 정례회의에 상정한 날(12월 20일)까지 소요한 기간은 총 112일이다. 이는 2015년 이후 다른 자산운용사 자기자본 미달 관련 사안 평균 처리 기간(58.5일)의 약 2배에 달한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적기시정조치 의사결정 소요기한 자료. 4번째가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건이다. 유의동 의원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적기시정조치 의사결정 소요기한 자료. 4번째가 옵티머스자산운용 관련 건이다. 유의동 의원실

적기시정조치란 재무건전성이 규제 수준에 미달하는 금융회사에게 금융당국이 요구·명령하는 경영개선 조치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금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해당 조치를 미뤄주는 '유예'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당시 적기시정조치 대상이었던 옵티머스운용은 금감원이 검사 112일 만에 '적기시정조치 유예 안'을 금융위 정례회의에 상정, 통과시킨 덕에 3개월여의 시간을 벌게 됐다.

금감원 직원 "컨설팅" 언급하며 "조심스럽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원회' 현안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사모펀드 비리방지 및 피해구제 특별위원회' 현안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유 의원은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긴 기간(112일) 동안 옵티머스운용을 적극적으로 도와 시장 퇴출 위기로부터 구해냈다고 주장한다. 당시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가 금감원 직원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받는 정황이 담긴 전화 통화 녹취록은 그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본지가 확보한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표는 그해 11월 9일 금감원 직원 A선임에게 전화를 걸어 감자 및 대주주 변경 승인 관련 절차와 요건 등에 대해 물은 뒤 구체적인 대답을 듣는다. A선임은 김 대표에게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면서 "금감원 직원이 컨설팅을 해주는 (일을 하는)건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펀드 외형이라도 갖추면 대응 수월할 것"

김 대표는 11월 22일 또 다른 금감원 직원 B선임과도 통화했다. 이때 김 대표는 "(대주주 변경 관련)아까 선임님이 주셨던 아이디어는 감독실하고 얘기하다 보니까 실익이 없을 것 같다"며 "그래서 우선 회장님 앞으로 진행하는 거로 하겠다"고 통보했다. B선임은 "그렇군요, 네"라고 대답한 뒤 "12월 전까지 펀드 설정이 가능하겠나, 12월 1일자 회의에 안건을 올리기 전에 내용을 확정해 금융위에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등 옵티머스운용의 경영에 관여하는 듯한 요구를 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사 윤모씨(왼쪽)와 송모씨가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사 윤모씨(왼쪽)와 송모씨가 지난 7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대표는 12월 14일 A선임으로부터도 비슷한 요구를 받는다. A선임은 옵티머스운용의 신규 펀드 설정 경과를 궁금해하며 "다음 금융위 정례회의가 12월 20일인데 그 전까진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묻는다. 김 대표가 머뭇거리자 A선임은 "유휴자금(Idle money) 형태로 우선적으로 (납입금을) 받아 일부라도 관리하고 있으면 안 되나? 일부라도 받아서 외형이라도 갖추는 건 어려운 상황인가?"라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A선임은 그러면서 "내일 소위가 있어서 보고를 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그런 질문이 나오면 대응하기가 수월할 것 같아서 말씀을 드리는 것"이라며 "'협의만 됐다, 될 거 같다' 이렇게 하는 것보다는 '이렇게 협의까지 구체적으로 완료됐고 그 일부가 실제 납입이 됐다'고 하면 좀 더 대응하기가 수월할 거 같다"고 재촉하기도 했다.

"이 장관에 부탁할 필요 없겠네" 고위층 로비 정황도

A선임이 김 대표에게 설명한 대로 금융위는 12월 20일 제22차 정례회의를 열었다. 김 대표는 정례회의 하루 전인 19일까지도 A선임의 지시에 따라 금융위에 전화를 걸어 최대주주 변경 사후승인을 요청하면서 "금감원하고 협의하고 번호를 받아서 전화드리는 것"이라며 "금감원하고 계속 협의를 해가면서 준비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금감원과 김 대표의 뜻대로 제22차 금융위에선 '적기시정조치 유예안'이 최종 의결됐다.

2017년 12월 20일 열린 제22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사록 가운데 '옵티머스자산운용 적기시정조치 유예 안' 관련 내용. 금융위원회

2017년 12월 20일 열린 제22차 금융위원회 정례회의 의사록 가운데 '옵티머스자산운용 적기시정조치 유예 안' 관련 내용. 금융위원회

옵티머스운용이 이 문제를 두고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등 고위급 인사에 로비를 시도한 정황도 있다. 본지가 확보한 녹취록에는 양호 전 옵티머스운용 회장이 10월 20일 한 금감원 직원에게 "제가 11월 2일은 감독원장, 최흥식 원장 만날 일이 있어가지고"라고 말하는 부분이 담겼다. 양 전 회장은 11월 9일 대주주 변경 문제가 잘 해결될 것 같다는 김 대표의 보고를 받고는 "내가 이(헌재) 장관을 월요일 4시에 만나기로 했거든요, 괜히 뭐 그렇게 되면 부탁할 필요가 없잖아. 그쵸? 사정 봐가면서 하면 되겠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유의동 의원은 "옵티머스운용이 과거 금감원 고위층에게 로비한 정황이 알려진 데 이어, 실제 금감원이 옵티머스운용에 과도한 기간을 부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한 정황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며 "수사당국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실 여부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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