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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옵티머스 사건..윤석열에 주목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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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8월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권력형 비리에 과감히 맞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대검찰청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8월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권력형 비리에 과감히 맞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대검찰청 제공)

투자사기 일단락됐던 사건..권력형 비리의혹으로 핫이슈화 #중앙지검 수사에 불신 많아..윤석열 총장 역할과 행보 관심

1.

국정감사가 시작되자마자 옵티머스 투자사기가 핫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야당(국민의힘)은 벌써 ‘권력형 게이트’라고 규정하고 나섰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수사가 부진했고, 오히려 검찰이 사건을 축소 은폐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런 불신의 근거는 있습니다. 서울중앙지검 이성윤 검사장이 여러모로 민감한 옵티머스 사건을 특별수사를 담당하는 부서(반부패수사부)에 맡기지 않고 일반 고소사건을 담당하는 조사부에 배당했기 때문입니다. 특수 검사에게 맡기지 않았다는 것은 파헤칠 의사가 없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2.

사건 자체는 간단히 말하자면 투자사기입니다.
‘옵티머스’라는 자산투자운용사가 투자자 1천여명으로 5천억원의 돈을 모은 다음 어딘가로 다 날려버리는 바람에 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원래는 건실한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해 3% 수익보장한다고 해놓고서는, 사실은 부실한 사기업 채권을 산 겁니다.

그래서 돈을 잃은 투자자들이 지난 7월부터 금융감독원과 은행을 찾아다니며 시위를 하는 바람에 많이 알려졌던 사건입니다. 그때도 정치권력 연루설이 나돌았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검찰이 그냥 사기사건으로 처리했습니다. 옵티머스 김재현 대표가 구속되는 것으로 일단락 되는듯 했습니다.

3.

사건이 커진 것은 최근 권력형 게이트 정황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SBS가 지난 6일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란 제목의 문건을 폭로했습니다. 김재현 대표가 만든 문건인데‘정부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청와대 3명 민주당의원 5명 등등..

구체적으로 현 정권과 가까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이 자문단으로 등장합니다. 채동욱은 옵티머스 사업을 돕기위해 대권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까지 만났습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의혹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입니다. 옵티머스의 이사였던 윤모 변호사의 아내 이모 변호사. 옵티머스 지분을 차명으로 가지고 있었고, 500억원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페이퍼컴퍼니의 대주주이기도 합니다.

4.

그런데 이런 상황들을 검찰은 이미 지난 6월말부터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도 제대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하니..황당하죠. (물론 중앙지검은 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최근 윤석열 총장은 이 사건에 대한‘철저한 수사’를 지시하면서 검사를 추가로 수사팀에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알려졌듯 서울중앙지검 이성윤 검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학후배로서,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비롯한 현 정부여당 쪽과 손발을 잘 맞춰온 인물입니다. 윤석열 총장은 정반대 인물입니다.

그래서 야당은 윤 총장 등장에 환호합니다. 윤 총장에게 ‘정의와 공정의 정신을 바로세워라’면서 ‘총장 직속 특별수사본부를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5.

그래서 윤 총장은 정의를 세울 수 있을까요?

거의 가능성이 없다고 봅니다. 우선 특별수사본부 같은 건 만들어지지 않을 겁니다. 정부여당이 반대하면 소수 야당이 만들수가 없습니다.

그럼 현 수사팀이 시원하게 파헤칠수 있을까요? 그 역시 가능성이 낮습니다. 사실 이런 사건은 돈의 흐름을 철저히 추적하면 어지간히 실상이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촘촘히 추적할 의지입니다.

설혹 수사팀이 열심히 파헤친다고 해도..만약 진짜로 별 의혹이 없다고 한다면..그 결과를 믿어주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만의 하나, 검찰에서 정부여당 권력자들을 줄줄이 구속기소한다면 모두 믿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이나 정황으로 볼 때, 검찰이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6.

앞으로 주목해야할 대목은 윤 총장의 움직임입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 총장의 말은 쉽게 말하자면, 대통령을 포함한 권력자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다시말해 검찰이라는 조직에 충성한다는 의미이자, 검찰이 내세우는 정의라는 가치관에 충실하다는 말이죠. 사건이 걸리면 앞뒤 안따지고 끝까지 판다는 특수부 검사 체질입니다.

따라서 옵티머스 사건은 윤 총장 입장에서 매우 굴욕적일 수 있습니다. 그럴 경우 그가 (본인이 생각하는) 진정한 진실규명과 정의구현을 위해 정치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지금 타이밍이 그렇습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뛰어들려면 지금부터 검찰을 떠나는 명분을 만들어야 합니다.
22일로 예정된 대검찰정 국정감사에서 그가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합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