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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네티즌 'BTS 6·25 발언' 트집에…삼성·휠라·현대차 BTS 지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방탄소년단(BTS)의 수상 소감을 두고 중국에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일부 중국 네티즌들이 “중국 존엄을 무시했다”며 문제로 삼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BTS가 모델인 자사 제품을 중국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휠라(FILA)는 BTS 관련 게시물을 삭제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타오바오(淘寶)나 징둥(京東) 삼성관에서 휴대폰 ‘갤럭시 20 플러스 BTS 한정판’과 무선 이어폰인 ‘갤럭시 버드 BTS 한정판’의 판매가 중단됐다고 12일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한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삼성 TV가 전시된 매장에서 방탄소년단의 ‘다이나마이트(Dynamite)’ 뮤직 비디오를 선보였다. [뉴스1]

삼성전자는 지난 8일 한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삼성 TV가 전시된 매장에서 방탄소년단의 ‘다이나마이트(Dynamite)’ 뮤직 비디오를 선보였다. [뉴스1]

환구시보는 이날 BTS가 6·25 전쟁 70주년과 관련해 언급한 내용을 두고 중국 누리꾼들이 화가 났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7일 한·미관계에 공헌한 인물 또는 단체에 주어지는 ‘밴 플리트 상’ 온라인 시상식에서 BTS의 리더 RM(본명 김남준)은 “올해 행사는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의미가 남다르다”며 “우리는 양국(our two nations)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남녀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부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과 미국을 의미하는 ‘양국’이라는 단어 사용이 한국전쟁 당시 중국 군인들의 고귀한 희생을 무시한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전쟁에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맞서 북한을 도움) 정신’으로 참여한 자국군의 희생은 무시했다는 취지다. 중국은 1950년 말 유엔군이 38선을 넘어 북진하자 전격 가담해 마오쩌뚱 주석의 장남 마오안잉(毛岸英)을 포함해 13여만명이 전사했다.

지난 7일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밴 플리트 상 시상식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밴 플리트 상'은 매년 한미관계에 공헌한 인물 또는 단체에 주어지는 상으로, 방탄소년단은 음악과 메시지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연합뉴스]

지난 7일 한미 친선 비영리재단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온라인으로 진행한 밴 플리트 상 시상식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수상 소감을 전하고 있다. '밴 플리트 상'은 매년 한미관계에 공헌한 인물 또는 단체에 주어지는 상으로, 방탄소년단은 음악과 메시지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연합뉴스]

BTS의 소감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핫이슈에까지 오르며 논란을 낳았고, 애국주의 성향을 보인 몇몇 네티즌들은 “국가 존엄과 관련된 사항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며 삼성전자 불매운동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삼성차이나 사이트에 갤럭시 S20 BTS 에디션이 남아 있는 화면을 캡처해 올리면서 “삼성은 이 폰을 깨끗이 처리하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네티즌들의 반응을 환구시보 등 중국 매체가 보도하면서 논란이 퍼졌고, 삼성전자는 중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BTS 한정판 제품 판매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판매 중단 배경과 관련, 글로벌 타임스는 “관계자는 해당 제품은 재고가 남아있지 않아 삭제된 것”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에 이어 의류브랜드 휠라와 현대자동차도 ‘방탄 지우기’ 대열에 합류했다. 휠라는 지난해부터 웨이보에 BTS의 사진과 광고 이미지 여러 장을 올려왔지만, 지금은 관련 게시물을 지우거나 숨김으로 처리해 검색에 노출되지 않도록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역시 공식 웨이보 계정에 BTS가 글로벌 수소캠페인 홍보대사로 활동한 이미지와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휠라·현대차 측은 모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처럼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중국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BTS의 발언이 중국의 국가 존엄과 관련된다는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관련 보도와 중국 누리꾼들의 반응을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오 대변인은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하고 평화를 아끼며 우호를 도모하는 것은 우리가 함께 추구해야 하며 함께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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