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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교동계 수시로 만났지만…복당엔 직접 선그은 이낙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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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성폭력사건 가해자 석방 관련 피해예방 대책 간담회'에서 윤화섭 안산시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0.10.12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성폭력사건 가해자 석방 관련 피해예방 대책 간담회'에서 윤화섭 안산시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0.10.12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동교동계 복당 논란에 대해 “동교동계 원로들은 민주당 바깥에서 원로다운 방식으로 민주당을 도와주시리라 믿고 있다”고 했다. 정대철 전 민주당 상임고문 등을 ‘원로’로 규정하면서 복당 필요성과 가능성을 일거에 차단한 발언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좀 아프게 들리긴 하겠지만 대표가 직접 분명한 메시지를 내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 전 고문 등의 복당이 전날(11일) 거론되자 “전혀 사실무근이며 앞으로도 계획이 없다”고 기자들에 공식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당 지도부 판단이었다고 한다. 이날 이 대표 주변에서는 “지금 와 옛날 계파를 살린다면 국민이 뭐라고 생각하겠나”(지방 재선), “이걸 진지하게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수도권 친문) 등의 반응이 나왔다.

정 전 고문이 2003년 새천년민주당 당 대표였을 당시 대표 비서실장은 이낙연 의원이었다. 올 초만 해도 이 대표 주변에서는 “종로 출마 여부를 두고 이낙연이 정대철에 정치적 조언을 구했다”는 말이 파다했다. 이낙연 총리 시절 정 전 고문이 총리 공관에 자주 왕래해 주변 참모진이 “그만 불러들이시라”고 만류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정 전 고문은 이 대표가 총리직을 그만두기 전부터 ‘이낙연이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대외적으로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정 전 고문과 권노갑 전 고문을 비롯한 동교동계는 지난 4월에도 민주당 복당을 한 차례 공론화했다.

(서정대철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정치 원로들이 지난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복귀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민주당이 자유와 정의, 민주와 평화통일을 위해 정진해 온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뉴스1]

(서정대철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정치 원로들이 지난4월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복귀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민주당이 자유와 정의, 민주와 평화통일을 위해 정진해 온 자랑스러운 전통을 이어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는 정당이 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뉴스1]

때문에 이 대표 입장에서는 정 전 고문 등을 내치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적으론 재산 허위신고 의혹을 받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 제명과 맞물려 “지금 시대가 어느 때냐. 구(舊)민주계는 너무 올드한 느낌”(민주당 보좌진)이라는 여론이 강했다.

전날 공식 논평을 냈던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정대철씨”로 시작하는 글을 썼다. “온갖 험담을 쏟아부으며 당을 떠난 이후 다른 당 대선 후보의 당선에 매진하면서 사실상 정권교체를 거부했던 것을 우리 당원들은 똑똑히 기억한다. 복당에 대한 자가발전을 멈추시라. 원님 덕에 나팔(나발) 불 생각을 거두시라.”

동교동계 복당을 현 민주당 주류가 용납하지 않는 이유로는 2016년 당시 문재인 대표를 공격하며 집단 탈당해 안철수 대표를 지지한 과거 이력이 꼽힌다. 최 대변인이 “후배 정치인들에게 부끄럽지 않은가”라고 퍼부은 공개 맹공에 부산·경남(PK) 친문의 거부감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한 여권 인사는 “사적 친분 때문에 불과 4년 전 일을 눈감는다면 이낙연 대표의 리더십이 근본부터 흔들릴지 모른다”고 했다.

2003년 5월 국회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당시 정대철 대표와 이낙연 비서실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종택 기자

2003년 5월 국회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당시 정대철 대표와 이낙연 비서실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오종택 기자

한편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육성으로 ‘남북이 다시 두 손을 맞잡을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힌 것은 남북관계의 숨통을 틀 수도 있는 긍정적 발언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한 “옵티머스·라임 펀드 사기 사건”을 언급하며 “검찰은 그 대상이 누구든 엄정하고 철저히 수사해 아무런 의혹도 남기지 말고 진실을 밝혀주기 바란다. 우리는 근거 없는 거짓 주장이나 의혹 부풀리기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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