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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해도 마스크 대란은 없을 것"…KF94 1000원

중앙일보

입력

"많이 팔아서 이제 안 쟁여요"

한 육아 커뮤니티에 최근 올라온 "마스크 몇장 쟁여두세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12일 시민들도 마스크 가격에 대해 "요즘 가격이 많이 내리고 구하기도 쉽다" "사놓은 게 아직 많아 이제 사두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사재기해 둔 사람들이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도 했다.

서울시내 한 약국에 걸려 있는 KF94 마스크. 연합뉴스

서울시내 한 약국에 걸려 있는 KF94 마스크. 연합뉴스

온라인에서 미세입자를 94%까지 걸러내는 'KF94' 마스크 가격은 12일 낮 12시 기준 900원 안팎에 형성돼있다. KF94 마스크는 지난 3월 장당 4500원으로 최고가를 찍었다. 하지만 요즘은 대량 구매로 장당 400원대에 거래되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재고 없음' 표시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오프라인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 서초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김모(56)씨는 "KF94 마스크는 장당 1000원 안팎에 팔고 있다"며 "지난 7월 이후 마스크가 부족했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급량 4배 껑충…제조업체 도산 우려도

마스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공급량이 늘었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는 489개다. 지난 1월 137개였던 것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마스크 생산량은 한 주당 지난 2월 7000만장에서 9월에는 2억 8000만장으로 늘었다.

마스크 업계에서는 과도한 공급 경쟁으로 제조업체 도산 우려까지 나온다. 한 마스크 공급업체 관계자는 "코로나19 초기 조달청에서 마스크를 수매한다는 소식을 듣고 제조업체들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늦게 뛰어든 업체는 수익을 거의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도산 직전의 업체들이 재고를 '떨이' 가격에 내놓는 바람에 마스크 가격이 더 내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 순위에 든 KF94 마스크 [인터넷 사이트 캡처]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품 순위에 든 KF94 마스크 [인터넷 사이트 캡처]

정부가 구매하던 공적마스크도 재고로 쌓이고 있다. 정부는 마스크 공급이 안정기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7월부터 공적 마스크 제도를 중단하고 시장 공급체계로 전환했다. 추정 재고는 시장가치 420억원 수준인 4500만장이다.

약사회 "공급 인프라 충분, 사재기 안 해도 돼"

대한약사회 측은 "공급 상황을 보면 시민분들이 더는 마스크 사재기를 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라고 밝혔다. 대한약사회 이광민 정책기획실장은 "코로나 방역 필수재인 마스크 가격이 내려간 것은 상당히 좋은 현상"이라며 "오히려 필요 이상으로 많아진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재기 대란이 있던 2~3월보다 생산능력 자체가 크게 늘었다"며 "코로나가 재확산하더라도 마스크가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마스크 공급이 원활해졌음에도 '사재기'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8일 '마스크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연말까지 연장한다"고 했다. 지난 8월 25일 기준 검찰이 처리한 마스크 판매 관련 범죄는 총 286건(매점매석 41건·판매 사기 171건·밀수출 50건·기타 24건)이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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