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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출근 길 자동차 접촉 사고, 산재 처리 가능할까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박용호의 미션 파서블(5)  

회사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하다가 교통사고가 난 경우와 자가용과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하다가 교통사고가 난 경우 모두 노무의 제공이라는 업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6년 9월 29일 전까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이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구 산재보험법’)이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만을 ‘업무상 사고’로서 보험급여 지급대상인 ‘업무상 재해’로 보았기 때문이다(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

산재보험법상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몇가지 기준을 충족하여야 한다.[사진 pxhere]

산재보험법상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몇가지 기준을 충족하여야 한다.[사진 pxhere]

2016년 9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구 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1호 다목이 “도보나 자기 소유 교통수단 또는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산재보험 가입 근로자와 차별하는 것”이라며 평등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이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구 산재보험법이 개정되었고, 현재는 ‘사업주가 제공한 교통수단이나 그에 준하는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등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에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 뿐 아니라 ‘그 밖에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그렇다면 산재보험법 개정에 따르면 출퇴근길에 발생한 교통사고는 모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할까. 아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마트에서 근무하던 B씨는 오랜만에 지인들을 만나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B씨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친구의 집에서 자기로 했다. 너무 술을 많이 마신 탓인지 다음 날 아침에도 술이 잘 깨지 않았지만, 출근은 해야 했기에 B씨는 운전대를 잡고 회사로 향했다. 그러던 중 B씨는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는 차량과 충돌해 사망하게 되었다. 당시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이는 실제 소송 사례(서울행정법원 2019구합64471)이다. 이 소송의 재판부는 “근로자가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을 하던 중에 발생한 사고로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B씨의 사망을 산재보험법상의 출퇴근 재해(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망인의 음주운전을 중앙선 침범 및 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자 직접적인 원인으로 평가할 수 있으므로 B씨의 사망은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되어 사망 등이 발생한 경우’에 해당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결국 출퇴근 교통사고이더라도 산재보험법상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취지이다. 그렇다면 출퇴근 교통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은 무엇일까. 산재보험법상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아래와 같은 기준을 충족하여야 한다.

①출퇴근 중 발생한 사고여야 함(산재보험법 제5조 제8호)
②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이동하는 중 발생한 사고여야 함(산재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나목)
③출퇴근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일상생활에 필요한 용품을 구입하는 행위 등,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5조 제2항)를 제외하고 경로의 일탈 또는 중단이 없어야 함(산재보험법 제37조 제4항)
④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사고가 아니어야 한다(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

앞선 사례에서는 ②, ④항의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출퇴근시 자가용 및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발생한 사고를 산재로 처리하더라도 ‘위자료 및 대물보상’은 자동차보험으로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연합뉴스]

출퇴근시 자가용 및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발생한 사고를 산재로 처리하더라도 ‘위자료 및 대물보상’은 자동차보험으로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연합뉴스]

출퇴근 재해가 발생한 경우 근로자 또는 유족의 입장에서는 조금이라도 더 보상을 받는 방법이 궁금할 것이고, 회사의 입장에서는 출퇴근 재해로 인해 산재보험료가 오르는지, 산업재해조사표를 제출하여야 하는지 등이 궁금할 수 있다.

먼저 근로자 또는 유족의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더 보상을 받는 방법을 살펴보자. 산재보험법상의 보상대상은 ‘업무상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 질병, 장해 또는 사망’이다. 따라서 출퇴근 시 자가용 및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발생한 사고를 산재로 처리하더라도 ‘위자료 및 대물보상’은 자동차보험으로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업주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근로복지공단이 ‘통상의 출퇴근 재해는 개별 사업장의 산재보험료율 및 재해율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산업재해조사표 제출의무도 없으니 통상의 출퇴근재해 발생 시 부담 없이 산재신청이 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통상의 출퇴근재해 발생 시에는 산재신청에 부담을 덜 가져도 좋을 듯하다.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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