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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감성 유행’ 따라가…눈물은 철권통치에 대한 자각”

중앙일보

입력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0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 연설중 울먹이는 모습을 방송하고 있다.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0일 오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 연설중 울먹이는 모습을 방송하고 있다. 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세계적 흐름에 따라 ‘감성 정치’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준형 국립외교원 원장은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북한 열병식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주목해서 봤느냐는 질문에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십수 차례 ‘고맙다’고 표현한 것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도 세계 지도자들의 감성 유행을 감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트롱맨들이 강력한 권위주의를 보이는 것 같지만 반대로 국민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감성이 있다”며 “(김 위원장에게) 감성주의가 사실 굉장히 이례적이지만 처음은 아닌 게, 우리한테 보낸 친서도 그렇고 과거 중국 관광객 사고 때도 사과했다. 또 얼마 전엔 경제 5개년 계획의 실패를 자인하며 미안하고 고맙다고 얘기했다. 이런 것들을 보면 다가가는 감성 이미지, 이런 세계적인 조류를 같이 타고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조금 확대하면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이후 정상 국가에 대한 비전이 김 위원장에게 상당히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라며 “때로는 그것이 일종의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이고 그 어떤 규범 안에서 행동하려는 것도 보인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연설 중 눈물을 보인 데 대해서도 “김정은 리더십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며 “그 전에 보여줬던 소위 백두혈통과 철권통치만으로는 국민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기도 하다”고 봤다.

이번 열병식이 이례적으로 자정이 넘은 시각에 진행된 것을 두고 ‘미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데 대해선 “조금 나간 해석”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그 뒤에 구체화된 메시지가 있었으면 모르겠는데 선제공격을 안 하겠다는 정도는 구체적이라기보다는 원칙을 표명한 것”이라며 “(미국과 만나) 비핵화를 하겠다든지 어떤 걸 달라든지, 평화 체제로 간다든지 이런 것들이 (연설에) 따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과 시간을 맞췄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공개와 관련해선 “일단 굉장히 잘 치밀하게 계획되고 수위를 조절한 것이 느껴진다”며 “이것들을 쏘거나 실험을 했더라면 전체 판이 깨지는 것인데 (연설을 통해) 자기들은 충분한 억지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밝히면서도 회담이나 앞으로의 자기들의 체제 보장이 되지 않을 경우 결국 자기를 지키는 수단이 될 것이다, 우리는 급한 게 없다고 확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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