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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기내식 금단현상..."비프 오어 치킨?" 편의점서 외친다

중앙일보

입력

아시아나항공이 A380 기종에 310명을 태우고 국내 상공을 비행하는 이색 상품을 선보였다. 상품 출시 20분만에 비즈니스 좌석이 모두 동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A380 기종에 310명을 태우고 국내 상공을 비행하는 이색 상품을 선보였다. 상품 출시 20분만에 비즈니스 좌석이 모두 동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해외여행 금단현상이 슬슬 나타나나 보다. 해외여행이 사실상 금지된 지 9개월째. 해외여행 기분을 내는 아이디어 상품이 잇따라 화제를 낳고 있다. 비행기 타고 상공을 떠돌다 돌아오는 ‘관광 비행’ 상품이 완판되는가 하면, 편의점에서 기내식을 흉내 낸 도시락을 판다. 화면으로만 감상하는 랜선 해외여행에서 한 단계 진화한 시도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 즐기는 해외여행 세태를 둘러봤다.

비행기 타고 싶어요 

9월 24일 아시아나항공이 대형기종 A380을 탑승하는 ‘대한민국 일주비행’ 상품을 출시했다. 10월 24·25일 이틀 출발 상품이었는데, 출시 당일 전 좌석이 완판됐다. 특히 비즈니스 좌석 69석은 20분 만에 동났다. 기대 이상 호응에 힘입은 아시아나항공은 10월 31일, 11월 1일 두 차례 더 상품을 운용할 계획이다.

하나투어는 아시아나항공의 A380 관광 비행 상품을 인천 특급 호텔 숙박과 묶어 판매하기도 했다. 싱가포르관광청, 마리아나관광청과 함께 두 지역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조식을 제공하고 관련 책자도 증정했다. [하나투어 홈페이지 캡처]

하나투어는 아시아나항공의 A380 관광 비행 상품을 인천 특급 호텔 숙박과 묶어 판매하기도 했다. 싱가포르관광청, 마리아나관광청과 함께 두 지역을 간접 체험할 수 있도록 조식을 제공하고 관련 책자도 증정했다. [하나투어 홈페이지 캡처]

대한민국 일주비행 상품의 가격은 일반석 20만원, 비즈니스 25만~30만원이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강릉~포항 ~김해~제주 상공을 거쳐 인천으로 돌아오는 2시간 20분 코스다. 국제선과 똑같이 기내식이 나오고 여행용품과 모형 비행기, 볼펜 등 선물을 준다. 여행사 하나투어도 이 상품을 판매했다. 관광 비행과 인천 특급호텔 숙박을 묶은 패키지상품도 완판됐다. 하나투어 조일상 홍보팀장은 “인기 기종인 A380을 내세운 게 흥행 요인”이라며 “다른 관광 비행 상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더 싼 관광 비행 상품도 있다. 저비용항공사 제주항공과 에어부산도 관광 비행 상품을 운용한다. 제주항공의 1시간 30분짜리 관광 비행 상품은 9만9000원이다. 음료와 스낵을 주지만 기내 취식은 금지한다. 에어부산은 최신기종 A321 네오 기종으로 부산 출발·도착 상품을 선보인다. 그러나 인기 대형기종을 내세운 아시아나항공의 상품처럼 호응을 얻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부 항공 여행 커뮤니티에 “저비용항공으로 한두 시간 체험 비행을 할 바엔 국내선 비행기 타고 부산이나 제주를 다녀오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

면세 쇼핑 열리나? 

현재의 관광 비행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 해외여행의 매력 중 하나인 면세 쇼핑이 금지돼 있다. 국내 상공만 비행하고 돌아와서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항공사가 면세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국제선 관광 비행’ 허용 여부를 검토 중이다. 면세 쇼핑이 가능해지면 관광 비행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당국은 방역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

9월 19일 대만 관광객 120명을 태운 타이거에어 비행기가 제주 상공을 선회하는 '관광 비행'을 진행했다. 기내에서 치맥을 제공하고 한복 체험 이벤트도 진행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9월 19일 대만 관광객 120명을 태운 타이거에어 비행기가 제주 상공을 선회하는 '관광 비행'을 진행했다. 기내에서 치맥을 제공하고 한복 체험 이벤트도 진행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국제선 관광 비행을 먼저 시도한 나라가 있다. 호주에서는 남극 상공을 돌고 오는 비행 상품이, 대만에서는 일본 오키나와 상공을 선회하는 비행 상품이 등장했다. 대만 항공사 ‘타이거에어’는 타이베이에서 출발해 제주 상공을 선회하는 상품을 9월 19일 선보였다.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와 손을 잡고 기내식으로 치맥을 제공해 큰 호응을 이끌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다른 아시아 지사에서도 한국에 착륙하지 않는 관광 비행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내식이 그립다 

타이항공이 태국 방콕에 있는 본사 카페테리아를 기내 분위기로 꾸몄다. 코로나19 탓에 비행기 탑승, 해외여행 자체가 어려워진 시대를 맞아 전 세계 항공사가 색다른 서비스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타이항공이 태국 방콕에 있는 본사 카페테리아를 기내 분위기로 꾸몄다. 코로나19 탓에 비행기 탑승, 해외여행 자체가 어려워진 시대를 맞아 전 세계 항공사가 색다른 서비스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관광 비행 말고도 해외여행 기분을 내는 방법은 또 있다. 싱가포르항공이 공항에 서 있는 A380 비행기를 팝업 레스토랑으로 운영하고 있다. 타이항공은 방콕 본사 카페테리아를 기내 분위기로 꾸몄다. 실제 비행기 좌석을 설치해 분위기가 제법 그럴싸하다. 승무원 복장을 한 카페 직원이 “비프 오어 치킨!(소고기 드시겠어요? 닭고기 드시겠어요?)”을 외치며 주문을 받는다.

아직 비행기 밖에서 기내식을 파는 항공사는 없다. 대신 편의점에서 ‘기내식 같은’ 도시락을 사 먹을 수는 있다. 편의점 CU가 지난 여름 ‘치킨 플리즈’ ‘비프 플리즈’ ‘포크 플리즈’라는 기내식 컨셉트의 3종 도시락을 선보였다. 실제 기내식처럼 알루미늄 용기를 사용했다. 가격 각 4300원. 대형 항공사의 일반석 기내식보다 저비용항공사의 간편 기내식에 가깝다. 기내식처럼 짭짤해 맥주와 잘 어울린다는 평이다. 도시락 포장지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기분만큼은비행기안 #갬성여행 #대리만족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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