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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비누질한 손을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싹싹…건강 지키는 '셀프 백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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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질병 막는 생활수칙, 손 씻기
손 위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감기, 독감, 눈병 등 계절성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 가장 중요시하는 건강 수칙이다. 올바른 손 씻기를 실천하면 다양한 호흡기 질환과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 손 씻기가 자신의 건강과 타인의 안전을 지키는 ‘셀프 백신’으로 불리는 이유다. ‘세계 손 씻기의 날’(10월 15일)을 계기로 손 위생의 중요성을 다시금 각인하고 실천하는 기회로 삼는 건 어떨까.

한쪽 손에만 세균 약 6만 마리 #손 씻으면 병원성 균 거의 제거 #호흡기 질환 발병 확률 20%

요즘 같은 시기엔 개인위생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특히 손 씻기는 질병 예방을 위한 첫걸음이다. 보통 바이러스는 코나 입으로 직접 전염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이러스에 오염된 손으로 코나 입을 만져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사례가 더 많다. 감염 질환의 60% 정도가 손을 매개로 전염된다.

사람의 한쪽 손에는 약 6만 마리의 세균이 있다. 항상 움직이면서 뭔가를 잡고 만지며 나르는 손은 각종 유해 세균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신체 부위다. 세균이 묻은 손 그대로 눈·코·입·피부를 만지는 건 질병 노출의 지름길인 셈이다.

손 씻기의 질병 예방 효과는 오래전 검증됐다. 제대로 된 손 씻기 방법을 실천하면 설사병을 약 30%, 감기·독감 등 호흡기 질환을 약 20% 줄일 수 있다고 알려진다. 흐르는 물에 비누로 손을 씻을 경우 이들 질환의 원인이 되는 대장균·시겔라균·황색포도상구균·뉴모니아균·스트렙토균 등 각종 병원성 균을 80~90% 이상 제거할 수 있다. 비누칠한 손 씻기는 피부·눈 질환을 막고 기생충 감염률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노원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은병욱 교수는 “손 씻기는 호흡기 질환이 유행할 때 감염을 크게 줄여주는 효과가 있으므로 생활화해야 한다”며 “요즘 같은 시기에는 횟수와 상관없이 올바른 손 씻기가 필수”라고 말했다.

공중화장실 이용자 32.5% 손 안 씻어

손 씻기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율은 여전히 부족한 편이다. 지난해 9월 1039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질병관리청·분당서울대병원의 공중화장실 손 씻기 실태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32.5%(338명)는 전혀 손을 씻지 않았고, 43%(447명)는 물로만 씻었다. 비누로 30초 이상 손을 닦은 사람은 2%(21명)에 불과했다. 공중화장실의 문고리나 변기 뚜껑, 레버 등에서는 건강한 사람도 질병에 걸릴 수 있는 병원성 균이 많이 검출돼 꼼꼼한 손 씻기가 중요하다.

손 씻기 실천 여부에 따라 음식물의 오염 정도도 달라진다. 질병관리청이 김밥·샌드위치를 먹거나 조리하는 상황을 재연해 대장균 측정 실험을 진행한 결과, 손을 씻지 않고 만지거나 조리한 음식물에서 세균이 손을 깨끗이 씻은 후 만진 음식보다 약 56배 많이 나왔다. 은 교수는 “사람 손에 있는 바이러스는 세 시간 이상 활동한다”며 “하루에 최소 8번 이상 제대로 씻어야 손을 통해 전염되는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손은 ▶화장실 이용 후 ▶음식 먹기 전후 ▶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생선 등 요리 안 한 식재료를 만진 후 ▶씻지 않은 과일·채소를 만진 후 ▶기저귀를 갈거나 화장실을 다녀온 아이를 닦아준 후 ▶코를 풀거나 기침·재채기 후 ▶상처를 만지기 전후 ▶아픈 사람을 간호할 때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 후 ▶반려동물과 접촉하거나 먹이를 준 후 ▶돈을 만진 후 ▶콘택트렌즈를 끼거나 뺄 때 ▶책이나 컴퓨터용품을 만진 후에는 반드시 씻어야 한다.

아무리 손을 씻는다 해도 물에 대충 비비기만 하면 소용이 없다. 손에 비누를 묻혀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구석구석 닦아야 질병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손바닥은 손바닥끼리 마주 대고 문지르거나 손가락으로 손금을 긁어내듯 씻는다. 손가락은 손바닥으로 감싸서 따로 씻으며 손가락 사이는 손깍지를 낀 채 문질러 닦는다. 특히 엄지손가락은 가장 씻기지 않는 부위이므로 다른 편 손바닥으로 돌려주면서 꼼꼼히 닦는다. 손등과 손톱 밑을 씻는 것도 빼먹지 않아야 한다. 반지를 낀 사람은 반지를 뺀 자리까지 꼼꼼히 씻는다.

반지 뺀 뒤 씻고, 종이타월로 닦아야

손을 씻은 뒤 말리는 과정 역시 중요하다. 대부분 종이타월 사용을 권장한다. 수건은 한 번만 써도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데다 화장실의 온도와 습도가 높은 편이라 세균 증식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면 수건을 사용한다면 공동 사용보단 세탁한 수건을 개별로 쓰는 게 낫다. 손 건조기는 강한 바람의 영향으로 손의 수분과 바이러스 입자가 함께 공기 중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물기를 닦고 난 후에는 그 종이타월을 이용해 수도꼭지를 잠그는 게 좋다.

손을 씻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차선책으로 알코올 손 소독제를 사용한다. 다만, 은 교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권고를 비롯한 대부분의 전문가는 흐르는 물에 비누를 이용해 30초 이상 잘 씻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손 씻기 방법이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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