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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무균 수술실서 인공관절 삽입 감염 원천봉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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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병원 탐방 강북연세병원

강북연세병원 박영식 병원장(오른쪽)이 수술실 내부 압력을 높여 밖의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무균 양압수술실에서 전신을 감싼 우주복 같은 수술복을 입고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강북연세병원 박영식 병원장(오른쪽)이 수술실 내부 압력을 높여 밖의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무균 양압수술실에서 전신을 감싼 우주복 같은 수술복을 입고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아니더라도 병원은 감염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환자가 밀집하는 데다 병원에서 이뤄지는 침습적인 처치가 감염 위험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망가진 무릎 연골과 뼈를 잘라내고 금속 고정물인 인공관절을 이식하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감염 관리 그 자체가 치료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만일 수술한 부위에 감염이 발생하면 삽입한 인공관절을 다시 빼내고 염증을 치료한 다음 재수술을 해야 한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강북연세병원은 수술실 내 압력을 높여 오염된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는 무균 시스템(양압수술실)으로 환자 안전을 우선시한다. 동시에 인대 균형을 수치로 확인하는 바이오센서로 인공관절 수술 정확도를 끌어올렸다.

오염된 공기 막는 무균 시스템 #인대 균형 맞추는 바이오센서 #안전성·정확도 높은 수술 토대

인공관절 수술은 어떤 수술보다 감염에 민감하다. 게다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하는 고령층은 면역력이 약한 데다 당뇨병·심장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강북연세병원 박영식 병원장은 “무릎 인공관절 수술은 인체로 이식 가능한 이물질 중 가장 커 무엇보다 감염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릎뼈를 정교하게 깎고 다듬는 수술 과정에서 튄 작은 뼛조각이나 체액이 세균·바이러스 등에 오염되고 인공관절 주변으로 들어가 감염을 유발한다. 문제는 작은 염증이라도 이물질인 인공관절을 이식한 상태에서는 항생제를 써도 회복이 어렵다는 점이다. 인공관절과 맞닿은 안쪽 조직부터 곪으면서 염증이 전신으로 퍼진다. 강북연세병원에서 수술실 감염 가능성을 최소화한 무균 인공관절 수술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감염원 침입 차단한 수술실

무균 인공관절 수술의 핵심은 멸균 환경 유지다. 강북연세병원은 수술실 환경 개선을 통해 철저하고 체계적인 감염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천장에 설치된 고성능 헤파필터는 오염된 공기를 3단계 여과 과정을 통해 걸러낸다. 수술실 내부에는 헤파필터를 통과한 정화된 공기만 공급해 감염 위험을 봉쇄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균의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양압 시스템도 있다. 수술실 내부에는 압력이 외부보다 높다. 무균 상태의 공기는 천장에서 바닥으로 밀어내는 식으로 이동한다. 공기 중에 부유하는 모든 입자의 확산을 억제한다. 문을 여닫아도 밖의 공기와 섞이지 않는다. 수술실에서 정화한 공기의 흐름을 통제했을 때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다섯 배 정도 오염이 적다는 보고도 있다.

수술할 때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완벽하게 감싼 일회용 멸균 수술복을 착용한다. 일명 우주복이다. 수술 과정에서 튀어나오는 뼛조각이 자칫 의료진의 피부를 스치면서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이외에도 수술 도구의 이동 경로도 철저하게 분리했다. 수술 후 오염된 기구를 반납하는 세척실과 멸균 소독이 끝난 물품이 나가는 불출실을 이동 경로가 겹치지 않도록 공간을 구조적으로 나눴다.

병동 내 교차오염을 막기 위한 업무 프로세스도 체계화했다. 강북연세병원은 환자가 입고 난 다음 오염된 세탁물을 별도 장소에서 분리 수집하고, 식사 후 퇴식할 때도 감염 예방을 위해 일정 시간에만 지정된 엘리베이터로 운반한다. 모든 의료진은 환자 접촉 전후 매번 손 위생을 실시한다. 강북연세병원은 철저한 병원 내 감염 관리 시스템을 인정받아 올해 보건복지부로부터 3주기 의료기관 인증을 획득했다.

바이오센서가 환자 만족도↑ 부작용↓

강북연세병원은 수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치료 장비에도 공을 들인다. 수술 후 자연스러운 무릎 운동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바이오센서가 대표적이다. 퇴행성 관절염을 오래 앓으면서 무너진 신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무릎관절 주변의 인대·힘줄·관절막 등이 늘어나거나 짧아지는 등 변형된 것까지 반영한 인공관절 수술의 최신 트렌드다. 박 병원장은 “인공관절을 정확하게 삽입해도 주변 조직의 균형이 깨진 상태라면 구부리고 펴는 무릎의 운동성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런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강북연세병원은 인공관절 수술 정확도를 높인 바이오센서를 2016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기존에는 인공관절 내부로 손가락을 집어넣은 후 느껴지는 압력으로 이를 조절했다. 손가락 촉각에 의존하는 만큼 의료진의 숙련도에 치료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무선 주파수 기술이 접목된 바이오센서를 사용하면 개인의 관절 모양과 힘줄·인대 상태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무릎을 구부리고 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대의 상태를 수치화해 최소한의 절개로 균형을 맞춰 준다. 수술 과정에서 가능한 한 작게 절개하는 만큼 출혈량이 적어 무수혈 수술도 가능하다. 감염 등 수혈로 인한 부작용 위험도 줄여준다. 인공관절 수술 후 무릎이 덜렁거리거나 뻣뻣하지 않아 치료 만족도가 높다. 실제 미국 내 5개 병원에서 인공관절 수술법에 따른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안정적인 무릎 움직임을 강조한 바이오센서 인공관절 수술의 치료 만족도는 98%였다. 바이오센서를 이용하지 않고 인공관절 수술을 했을 때의 치료 만족도(81%)보다 높다. 2014년 미국 골관절외과학회지에 게재된 논문에도 바이오센서 인공관절 수술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무릎 굽힘 정도, 보행 능력, 계단 오르기 등이 상대적으로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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