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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년의 본드걸 “떡볶이 맵던데, 먹는 장면 촬영 걱정돼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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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한국 영화의 예술적인 면, 접근법 등이 흥미로워요. 한국에서 영화를 촬영한다고 들었을 때 기뻤어요.”  프랑스 영화 ‘고요한 아침’(Matin Calme) 촬영차 지난달 12일부터 한국에 머무는 할리우드 배우 올가 쿠릴렌코(41)의 말이다.

007로 스타덤 올가 쿠릴렌코 #프랑스 영화 ‘고요한 아침’ 출연 #한국 로케…유연석과 극중 로맨스 #3월 코로나 확진돼 일정 미뤄져

한국에서 ‘고요한 아침’을 촬영 중인 올가 쿠릴 렌코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했다. 장진영 기자

한국에서 ‘고요한 아침’을 촬영 중인 올가 쿠릴 렌코가 인터뷰 중 포즈를 취했다. 장진영 기자

‘007 퀀텀 오브 솔러스(사진)’(2008)의 본드걸로 스타덤에 오른 그는 ‘히트맨’(2007)의 암살 타깃 니카, 톰 크루즈 주연 SF ‘오블리비언’(2013)의 의문의 여성 등의 역할로 유명하다. 영화는 프랑스 유명 법의학자 알리스(쿠릴렌코)가 서울의 한 심포지엄에 왔다가 한국 형사 진호(유연석)와 함께 여성 변사체 사건을 파헤치며 가까워지는 범죄 드라마다. 영화 ‘페이지 터너’로 칸영화제에 초청된 드니 데르쿠르 감독이 각본을 겸해 원래 지난 4월 크랭크인 예정이었지만 지난달 말에야 촬영에 돌입했다. 지난 3월 쿠릴렌코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가 회복 판정을 받은 뒤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4일 그를 만났다. 매니저 없이 홀로 내한해 지난달 26일까지 2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그는 격리 기간 중 SNS에 ‘김’ 예찬론을 펴는가 하면, 격리 후 광장시장 거리 음식에 도전한 모습도 공개했다. “한국 음식, 패션과 사랑에 빠졌다”는 그는 “(영화에도 나오는) 떡볶이가 맵던데, 촬영이 걱정된다”고 했다.

‘고요한 아침’은 유럽의 카날플러스가 투자·배급한 프랑스 영화지만 사건 주 무대가 한국이다. 한국 촬영분량이 90%를 넘고 예지원, 성지루 등 한국 배우도 대거 출연한다. 쿠릴렌코와 유연석의 극중 로맨스도 있다. 유연석에 대해 그는 “호흡이 잘 맞다. 무척 친절하고 또 놀라운 배우”라고 평가했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

007 퀀텀 오브 솔러스

우크라이나에서 우크라이나인 아버지,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13세에 모스크바에서 모델로 발탁된 뒤 파리에서 모델활동을 했다. 다섯살 짜리 아들을 둔 그는 프랑스어·러시아어·영어 3개국어에 능하다. 이탈리아어·스페인어 등도 간단한 대화는 가능하단다.

‘고요한 아침’ 현장에서 한국어를 귀동냥하며 배운 말은 “지금으로선 ‘캄사합니다’뿐”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한국 사람끼리 무슨 얘기하는지 알아들을 때가 있다”고 했다. “이런 말 한 거 아냐? 그러면 어떻게 알았냐고 놀라더군요. 관찰력이 좋은 편이라 사람들이 말하는 방식, 표정, 몸동작을 봐요. (배우로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다 보니 익힌 기술이죠.”

바쁘게 돌아가던 그의 삶은 올 3월 코로나19로 한순간 멈춰섰다. 그는 “처음엔 무서웠다”며 “운 좋게도 저는 호흡기 증세가 없었고 일주일간 고열에 시달린 후엔 괜찮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가 저에겐 나쁜 것 만은 아니었다. 제 삶의 속도를 줄이고 멈춰 세운 덕분에 지금까지 인생과 현재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투병 중인 이들에겐 “저를 보고 용기를 내달라. 우린 강하게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스터리 영화 ‘더 룸’, 시대극 ‘비독:파리의 황제’ 등 장르를 넓혀가는 그는 배우로서 “다양성이 목표”라 했다. 가장 끌리는 건 코미디 영화란다. “‘미트 페어런츠’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같은 클래식들, 르네 젤위거의 ‘브리짓 존스의 일기’ 도 사랑하죠. 혹시 한국 코미디 영화는 어떤가요?” 그의 눈이 반짝였다. 한국에서의 촬영은 오는 20일 즈음 마무리된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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