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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 5분 내 코로나19 감염 진단기술 개발

중앙일보

입력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해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EPA=연합뉴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개발해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EPA=연합뉴스]

올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5분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지는 온라인 기고문에서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 연구진이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5분 만에 검체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는지 확인하는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지금까지 나온 크리스퍼 기반 진단 기술 중 가장 빠르다. 기존 유전자 증폭검사(PCR)와 다르게 거대한 장치가 필요하지 않아 학교, 사무실 등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우드나 교수팀이 개발한 크리스퍼 검사법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들어있는 리보핵산(RNA) 염기 약 20개를 식별하는 방식이다. 연구진은 ‘크리스퍼 캐스(cas)13’ 유전자 가위를 이용했다. 만약 검체에 코로나19 RNA가 있다면 연구진이 주입한 가이드 RNA와 결합하게 된다. 그 즉시 절단 효소인 캐스13이 RNA를 절단하면서 형광 입자를 방출하고, 이 형광 입자가 레이저를 받고 빛을 낸다. 별도의 장비 없이도 바이러스 식별이 가능하다.

다우드나 교수는 지난달 외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미 코로나19와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동시에 검출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며 “향후 크리스퍼 진단법이 출시되는 걸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바이러스양도 측정 가능

2020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샤르팡티에 교수(왼쪽)과 다우드나 교수(오른쪽) [EPA, 로이터=연합뉴스]

2020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샤르팡티에 교수(왼쪽)과 다우드나 교수(오른쪽) [EPA, 로이터=연합뉴스]

다우드나 교수는 지난 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함께 ‘크리스퍼 캐스9’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이들은 2012년 사이언스에 논문을 내고 유전자가위로 DNA의 원하는 부위를 자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기술은 유전체 염기사슬에서 잘라야 할 부분을 찾아가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RNA와, 그 위치를 자르는 효소인 ‘캐스9’으로 구성된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이용한 진단법은 코로나19 바이러스양을 측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PCR 방식은 검사를 위해 RNA를 증폭시켜 유전 물질의 양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샘플에 얼마나 많은 바이러스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이에 반해 다우드나 교수팀은 형광 신호의 강도가 샘플에 있는 바이러스양과 비례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UC산타바바라에 근무하는 분자생물학자 맥스 윌슨 박사는 사이언스에 “이 정보가 의사들이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게 치료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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