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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다른 인체모형 갖고 표류 실험해놓고 월북이라니…"

중앙일보

입력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공무원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 원본을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광장에서 공무원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내는 자필 편지 원본을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에게 전달한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형은 사람과 전혀 다른 외부 저항력을 가진다. 조류, 바람에 표류 위치까지 달라져 버린다”

북한에 피격돼 사망한 공무원의 형 이래진(55)씨가 11일 “같은 물 때, 시간, 수온, 바람, 파도 등 모든 조건을 따져 실험해야 한다”며 해양경찰의 인체모형 투하 실험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해경이 발표한 인체 모형을 활용한 표류 실험 결과를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해경의 인페 모형 표류 실험 결과는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부터 논란이 됐다. 당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시뮬레이션을 토대로 공무원 이모(47)씨가 해류의 영향을 받아 북방한계선(NLL) 이북으로 표류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오전 2시에 실종됐다는 것은 추정일 뿐”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인위적 노력 없이도 북쪽으로 표류하게 되는 해류 흐름을 보인다”고 말했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도 해경의 인체모형 표류실험 보고서를 토대로 의문을 제기했다. 안 의원실이 입수한 실험 보고서에 따르면 해경은 지난달 26일 오후 7시2분 이씨의 체중과 유사한 인체모형에 구명조끼를 입혀 바다에 던졌다. 표류방향과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였다. 5분 간격으로 모형의 위치를 확인하던 중 오후 7시48분 미상의 원인으로 모형이 사라졌다. 이 모형은 다음날 오후 1시58분쯤 소연평도 남서방에서 발견됐다. 해경은 모형이 인근 어망 등에 걸려 부착된 위치발신기가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달 29일 해경은 “인위적인 노력 없이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제 발견 위치까지 표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이씨의 자진 월북 근거 중 하나로 이 실험 결과를 언급했다. 인체모형 이동 경로가 해수 유동 예측시스템의 이동 경로와 유사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에 안 의원은 “사실상 실패한 실험을 이씨의 자진 월북 근거로 제시한 것은 전형적인 짜 맞추기 수사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경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인체모형 투하했을 때 오후 7시48분 신호가 소실된 이후 3차례 표출과 소실을 반복했다”며 “4차례 위치 신호가 표출된 위치와 최종 발견된 위치를 연결해 예측 결과를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안 의원실에 따르면 해경은 지난 3일 인체모형 표류 시험을 하려다 계획을 취소했다. 해경은 실험 취소 이유를 묻는 안 의원실 질의에 “희생자가 붙잡고 있던 부유물 종류가 특정되지 않아 동일한 조건의 실험을 구현하기 불가해 중단”이라고 답변했다. 해경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실험 당시 실종 추정 시점과 같은 저조(밀물이 시작되는 시기)였다”며 “해상에서의 조류 등이 완벽히 일치할 수는 없어 시뮬레이션 결과는 참고로만 삼았다”고 밝혔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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