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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관계 연루설 문건 여러 버전 있다, 캘수록 커지는 옵티머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옵티머스펀드NH투자증권 피해자들이 지난 7월20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옵티머스펀드NH투자증권 피해자들이 지난 7월20일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검찰이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에서 고위급 정관계 인사들이 연루된 정황이 담긴 여러 버전의 내부 문건을 확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와 이 회사 이사 윤모 변호사 등 내부에서 빚어진 갈등 및 각자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 가며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겠다는 계획이다.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옵티머스자산운용 압수수색 등을 통해서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을 확보했다. 해당 문건은 김재현 대표가 작성했다고 하며 정관계 로비 정황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윤 변호사가 검찰에 제출한 문건은 이와 유사한 취지의 내용이 담긴 다른 버전으로, 큰 줄기에서의 내용은 같지만 등장인물 등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한다.

문건에서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 양호 전 나라은행장 등의 실명이 거론됐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추진했던 경기도 광주 봉현물류단지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서는 채 전 총장이 ‘경기도지사와 면담’했다는 문구도 적혀 있다. 다만 문건에 등장하는 당사자들은 거짓과 왜곡된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사기범의 일방적인 주장이 담겼을 뿐이라는 취지다.

또 다른 옵티머스 내부 문건에서는 청와대나 여권 인사 등 20여명이 포함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윤모 변호사(오른쪽)가 7월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7.7   [연합뉴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사기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윤모 변호사(오른쪽)가 7월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0.7.7 [연합뉴스]

여러 버전의 내부 문건, 왜?

일각에서는 옵티머스 내부에서 빚어진 갈등으로 인해 여러 버전의 문건이 작성됐고,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각자도생’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한다.

김재현 대표 측은 해당 문건은 논의 과정에서 작성된 것뿐이고, 폐기하기로 했으나 윤 변호사가 이를 보관한 뒤 수사기관에 제출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윤 변호사 측은 책임자인 김 대표의 지시를 받았다는 등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검찰 수사팀도 이같은 내부 갈등 및 진술의 차이점 등을 확인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는 옵티머스 관계자를 상대로 문건을 작성하게 된 배경과 취지 등을 조사해 조서에 내용을 남겼다. 일부 내용은 사실관계가 파악됐지만, 허위로 판명된 내용도 있어 검증을 계속 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에 검찰 로고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에 검찰 로고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돈의 흐름 살펴봐야” 분석

법조계에서는 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를 통해서 문건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건관계자들의 진술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결국 돈의 흐름을 파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사건관계자들이 자신의 방어를 위해서 허위의 내용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고, 정관계 로비 의혹 또한 이 과정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에서도 이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자금 흐름에 대한 수사를 강도 높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현직 검찰 간부도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는 돈의 흐름을 살펴보면 진상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수사팀은 거액의 펀드 사기 범행이 가능했던 배경과 자금 사용처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부 관계자들이 당시 맡았던 역할과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객관적인 증거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로비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고, 대검찰청은 수사팀 보강을 위해 인력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다만 정관계 로비 의혹을 은폐·축소하려 했다는 의심은 검찰 수사팀이 풀어야 할 숙제다. 일각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해당 문건 및 진술을 수개월 전 확보했지만, 최근에서야 대검에 보고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사팀은 이에 “범죄 혐의가 소명되는 로비스트의 수사경과 등을 계속 보고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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