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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에 제2의 엘시티?…그랜드호텔 부지 초고층 빌딩 ‘논란’

중앙일보

입력

부산경남미래정책이 최근 공개한 해운대그랜드호텔의 조감도. 지난 3월 해운대그랜드호텔을 매입한 신탁사는 호텔 부지에 특급호텔이 아닌 지상 49층의 생활형 숙박시설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신탁사 홈페이지 캡쳐]

부산경남미래정책이 최근 공개한 해운대그랜드호텔의 조감도. 지난 3월 해운대그랜드호텔을 매입한 신탁사는 호텔 부지에 특급호텔이 아닌 지상 49층의 생활형 숙박시설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신탁사 홈페이지 캡쳐]

부산 특급호텔인 해운대그랜드호텔을 매입한 신탁사가 호텔 부지에 초고층 건물 건설을 계획하면서 제2의 엘시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3월 해운대그랜드호텔 매입 신탁사 생활형 숙박시설 추진 #부산경남미래정책 “계약서 37층→조감도 49층으로 상향” #“초고층 빌딩 허용된다면 제2의 엘시티 우려” 지적

 부산경남미래정책은 휴업 상태인 해운대그랜드호텔의 신탁사가 ‘지하 7층 지상 49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 개발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11일 밝혔다. 신탁사가 올해 초 작성한 신탁계약서에는 지하 5층, 지상 37층으로 2080호실 규모의 생활형 숙박시설로 계획돼 있다. 불과 몇 달 만에 건물 규모가 지상 37층에서 49층으로 늘어나면서 용적률이 800%대에서 1200%대로 치솟았다. 객실로 따지면 600호실 이상 추가 건립이 가능해진 것이다.

 안일규 부산경남미래정책 사무처장은 “신탁사가 올해 초 투자금을 모으기 위해 마련한 계약서와 지난 7월 발주한 조감도를 비교해보면 연면적 약 6만㎡, 지상 12층, 용적률 약 356% 상향이 됐다”며 “엘시티가 들어선 해운대에 또다시 초고층 빌딩이 들어섬에 따라 제2의 엘시티가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해운대그랜드호텔을 매입한 신탁사가 올해 초 작성한 계약서와 지난 7월 발주한 조감도 개발계획을 비교한 것으로 불과 몇 개월만에 지상 12층, 용적률 356%가 상향됐다. [사진 부산경남미래정책]

해운대그랜드호텔을 매입한 신탁사가 올해 초 작성한 계약서와 지난 7월 발주한 조감도 개발계획을 비교한 것으로 불과 몇 개월만에 지상 12층, 용적률 356%가 상향됐다. [사진 부산경남미래정책]

 이어 “신탁사가 조감도 개발계획에 ‘모든 세대 바다 조망 최우선 배치’ 등을 강조하고 있어 최근 사회적 재난으로 떠오르는 빌딩풍을 그대로 맞이할 수밖에 없다”며 “빌딩풍 등에 대한 객관적 검증 및 대책 없이 층수를 고무줄처럼 늘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특급호텔 부지에 생활형 숙박시설이 들어서면 해운대구가 관광특구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안 사무처장은 “해운대그랜드호텔이 유사주거시설로 변경을 추진하면 해운대구가 관광특구로서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관광객 감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호텔들이 해운대그랜드호텔처럼 유사주거시설로 변경을 추진하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대 그랜드호텔 전경. [연합뉴스]

해운대 그랜드호텔 전경. [연합뉴스]

 생활형 숙박시설은 공동주택과 비교해 주차장의 법적 요건이 대폭 완화되고 학교 마련 조건이 면제된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해운대그랜드호텔이 생활형 숙박시설로 변경되면 주차량·통행량이 늘고 학령인구가 발생하는데도 제대로 된 주거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시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심윤정 국민의힘 부산시당 부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해운대는 관광특구로 부산경제의 한 축을 담당해온 만큼 지역 경제를 위해서라도 그랜드호텔은 특급호텔의 명맥을 유지해야 한다”며 “그랜드호텔의 생활숙박시설 변경을 허용한다면 부산 관광의 필수시설인 특급호텔의 종말이 시작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랜드호텔을 비롯해 생활숙박시설이 난립하지 않도록 숙박시설을 관리하는 보건복지부와 건축법 관련 부서인 국토교통부 등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부산시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앞서 해운대그랜드호텔은 호텔 고급화 경쟁에 밀려 지난해 12월 31일 경영난으로 폐업했다. 폐업 3개월만인 지난 3월 대형투자개발회사에 매각되자 해운대그랜드호텔 노조 측은 기존 직원의 고용 승계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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