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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고맙다며 울먹인 김정은 모습 연출…북한판 탁현민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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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이 지난 10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경축 열병식이 지난 10일 자정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10일 새벽 진행된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과 관련해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열병식은 북한의 ‘우리 민족끼리’와 ‘한미 동맹’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우리 정부를 더욱 고민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태영호 "美와 협상에서 우위 선점 속셈" 

태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정은은 지금 남쪽을 향해선 화해의 손길을, 미국엔 신형 전략 핵무기를 내밀었다”며 이렇게 썼다. 그는 또 “혹시나가 역시나였다”면서 “김정은은 지난해 말 언급한대로 새로운 전략무기를 내놓고 말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태 의원은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그대로 발사할 수 있는 차량과 확장된 미사일 몸체, 탄두 부분을 공개함으로써 미국을 향한 발사시간 단축과 워싱턴ㆍ뉴욕을 동시에 핵 타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음을 보여줬다”며 “김정은도 신형 전략무기가 공개되면 대북제재 완화에 악영향이 된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북한의 ‘정면돌파’ 전략이 변하지 않음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며 내부결속도 다지고 미 대선 후 시작될 협상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속셈이 깔렸다”고 평가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 소식을 1~11면에 걸쳐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신형 ICBM은 화성-15형이 실렸던 9축(18바퀴) 이동식발사차량(TEL)보다 길어진 11축(바퀴 22개)에 실려 마지막 순서로 공개됐다. [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 소식을 1~11면에 걸쳐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신형 ICBM은 화성-15형이 실렸던 9축(18바퀴) 이동식발사차량(TEL)보다 길어진 11축(바퀴 22개)에 실려 마지막 순서로 공개됐다. [뉴스1]

앞서 북한은 전날 열병식에서 신형으로 추정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운반 차량(22바퀴)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 2018년 2월 공개된 화성-15형 및 운반차량(18바퀴)보다 크다. 또 ‘북극성-4A’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등 대남 타격용 신종 무기도 선보였다.

野 "북에도 탁현민이 있다?"

열병식에 앞선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한 주민을 향해 “고맙다”와 “감사하다”는 표현만 12번 사용하고, 울먹이기도 한 것과 관련해 국민의힘 원외위원장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북에도 탁현민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극동 문제 전문가인 그는 “나름 다양화되고 현대화된 야간 행사 기획을 보니 북에도 신세대 연출자가 새로 영입된 것 같다”며 “김정은의 새로운 시도에 맞춰 새로운 행사기획 담당이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북에도 탁현민이 존재하는 셈”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김정은 눈물의 의미는, 김정은 특유의 ‘애민’ 리더십과 ‘엄간관민(간부에겐 엄격하고 백성에겐 관대)’의 모습을 연출하는 고도의 장치”라며 “‘어렵고 힘들지만 견디고 가자’는 감성적 접근으로 인민의 동의를 확보하려는 새로운 통치기법“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재난을 이겨내자고 말하며 울컥한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을 열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회색 양복을 입은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하던 중 재난을 이겨내자고 말하며 울컥한 듯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국회 국방위원장 출신인 김영우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김 위원장이 북한 주민에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란 말을 여러 차례 하며 울먹울먹했다. 이 대목에 감동받았을 종전 선언 주의자와 평화주의자가 많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김정은의 눈물보단 김정은의 자신감을 봐야 한다”고 했다.

野 "적국 열병식 생중계, 제정신이냐"

야권은 녹화된 북한의 열병식 상황을 11일 밤 중계한 일부 보도 채널도 비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한글날 연휴 기간 중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을 되새겨도 모자랄 판에 북한 김정은의 ‘위대한 인민 만세’라는 돌발영상을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가장 위협적인 현실적 적국의 전쟁 능력 과시용 군사 퍼레이드를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대대적으로 중계방송하다니, 이것이 제정신이냐”라며 비판했다.

1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1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북한의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스1]

배현진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선중앙티비를 통째 중계하는 뜨악한 장면을 보고 있는 제 눈이 의심스럽다”며 “이 무슨 일이냐. 대한민국이냐, 북조선이냐”고 적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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