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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시식코너…식품업계 랜선 시식으로 활로 찾는다

중앙일보

입력

식품업계가 진행하고 있는 랜선 시식회의 홍보 이미지. 사진 각 업체 홈페이지 캡쳐

식품업계가 진행하고 있는 랜선 시식회의 홍보 이미지. 사진 각 업체 홈페이지 캡쳐

#. 풀무원은 오는 16일 라면 신제품 ‘정ㆍ백ㆍ홍면’을 집에서 무료로 경험해 볼 수 있는 온라인 시식회를 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안에 콕 박혀 생활하는 ‘집콕’이 트랜드로 자리 잡은 데다, 대형마트 시식 코너 운영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온라인 시식회는 풀무원 공식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1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제품 개발 과정 뒷이야기 등을 설명하고, 랜선 시식회 참가자와 함께 라면을 끓이면서 맛있게 먹는 팁 등을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 반응도 일단 뜨겁다. 시식회에 앞서 지난달 24일 체험단 선착순 모집에는 10시간 만에 1만명이 참가 신청을 하면서 조기 마감됐다. 신청자가 몰리자 풀무원 측은 추첨을 통해 5000명에게 추가로 시식 키트를 보내기로 했다.

#.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부터 한 달여 간 밀 키트 브랜드 ‘쿡킷’을 직ㆍ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쿡킷랜선 시식’ 캠페인을 진행했다. 요리나 라이프스타일 분야에 특화된 인플루언서가 쿡킷으로 간단하게 요리하고 식사하는 과정을 담은 콘텐츠를 SNS에 공유해 소비자가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쿡킷과 관련된 사연이 있는 소비자의 인터뷰를 통해 후기를 공유하고, 집에서 요리하기 어려운 메뉴를 쿡킷으로 간편하게 만들어 공유하는 랜선 시식 챌린지 등도 진행했다.

지난달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백화점, 대형마트 등 매장에서 소비자의 발길을 붙들던 시식코너 운영이 중단됐다. 사진은 지난달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내 빵집 입구에 사라진 시식빵 대신 올려진 상품구매 시 필요한 수기출입명부. 뉴스1

지난달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백화점, 대형마트 등 매장에서 소비자의 발길을 붙들던 시식코너 운영이 중단됐다. 사진은 지난달 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 내 빵집 입구에 사라진 시식빵 대신 올려진 상품구매 시 필요한 수기출입명부. 뉴스1

대형마트 시식코너가 사라졌다  

식품업계가 랜선 시식회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길어지면서 대형마트 시식 코너나 팝업스토어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마케팅 창구가 제대로 역할을 못 하면서다.

그간 식품 브랜드들은 제품의 핵심인 맛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마케팅을 해왔다. 대형마트 등에 시식코너나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소비자를 직접 만나는 방식을 택했던 이유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사정은 완전히 달라졌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집단 감염의 위험을 우려해 대형유통시설 내 시식 코너 운영을 중단토록 하고 있어서다.

11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대형마트 빅3의 전국 394개 매장 가운데 시식 행사가 가능한 점포는 50개(13%) 수준이다. 시식코너 운영이 가능한 매장도 지방에 국한돼 있고 매장 규모도 작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시식 코너가 막히면서 매출 급감을 막기 위해 시식 불가 매장에도 행사 인원을 투입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식품의 특성상 시식 없이 권장으로만 판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소연했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촉 직원이 시식 권유 대신 완제품 위주의 제품을 제시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촉 직원이 시식 권유 대신 완제품 위주의 제품을 제시하고 있다. 뉴스1

랜선 시식회로 눈 돌리는 식품업계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식품업계는 언택트 트렌드에 맞춰 온라인에서 소비자와 소통하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으로 빠르게 수정하고 있다. 비대면 시식회를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리는 시도를 꾀하는 것이다. 제품의 맛을 보여주는 대신 브랜드 가치와 제품 특징을 알리는 데 중점을 두는 식이다. 또 다양한 재미 요소를 추가해 거리 두기에 지친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내기에 집중하고 있다.

육우자자조금관리위원회의 온라인 시식 홍보물. 사진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

육우자자조금관리위원회의 온라인 시식 홍보물. 사진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

풀무원이나 CJ제일제당 같은 대형 식품회사뿐 아니라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도 식품 정보 관련 애플리케이션 업체와 제휴를 맺고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육우를 맛볼 수 있는 ‘우리 육우 온라인 시식회’를 열었다. 이 시식회의 1차 온라인 시식단 모집엔 4236명이 지원했으며 3차까지 총 1만 2374명이 참여했다.

풀무원 정백홍면 랜선 시식회 안내물. 사진 풀무원

풀무원 정백홍면 랜선 시식회 안내물. 사진 풀무원

이런 현상과 관련 풀무원식품 ‘자연은 맛있다’ 사업부 이대규 프로덕트 매니저는 “오프라인 매장 시식회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우리 신제품을 알리기 위해 1만 5000명에게 제품을 쏘는 역대급 언택트 시식 이벤트를 준비하게 됐다”며 “언택트 시식 이벤트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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