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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때 틈틈히 쓴 글로 월 100만원···요즘 'e북 작가' 뜬다

중앙일보

입력

#1. 서울의 한 백화점 11년 차 영업직원 김용환(41)씨는 최근 동료 사이에서 '작가님'이란 별명으로 불린다. 김씨가 지난달 15일 『백화점 영업의 길라잡이』란 제목의 PDF 전자책을 펴내면서다. 자신을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소개한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때문에 쉬는 동안 전자책을 쓰게 됐다"며 "남는 시간에 나의 백화점 영업 경험을 정리할 겸 노하우를 공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책은 일반 책보다 짧은 33페이지 분량. 하지만 ‘백화점 유통구조-영업 직무의 이해-업체 수익 구조-실전 적용 사례’ 등 실무 내용 위주로 담았다. 김씨는 "가격을 1만 5000원으로 정했는데 2주 동안 10여권 넘게 팔렸다"며 "내용에 만족한 독자로부터 고급 펜을 선물 받았을 때 뿌듯했다"고 전했다.

전자책 작가 김용환씨의 전자책 표지. 33페이지 분량에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담았다. [김씨 제공]

전자책 작가 김용환씨의 전자책 표지. 33페이지 분량에 자신의 영업 노하우를 담았다. [김씨 제공]

#2.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일하는 20대 직장인 우모씨는 10월 말 전자책 작가로 데뷔할 예정이다. 그가 쓴 전자책 『초보자도 할 수 있는 주식투자 실전서』는 발매 전 179만원을 후원받았다. 우씨는 "유튜브에서 전자책이 유행한다는 내용을 보고 작가에 도전했다"며 "퇴근 후 틈틈이 평소 관심 있던 주식 노하우를 알기 쉽게 적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19 때문에 전자책이 더 유행한다는 말은 들었다"면서도 "일반 전문서적에 비해 쉽고 짧은 분량으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자책 시장 뛰어든 직장인 

최근 재능거래 플랫폼에서 일반인이 쓴 10~50페이지 분량 PDF 전자책이 눈에 띄게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가장 잘 팔리는 전자책 분야는 직장인이 공유한 업무 노하우나 돈 버는 방법이다. 10년 차 직장인의 ‘바로 쓰는 엑셀 노하우’, 공인중개사의 ‘계약 비법’, 도매업체 사장의 ‘마케팅 노하우’ 등이 인기 서적이다. 이외에도 ‘애인이 프러포즈하게 하는 노하우’ ‘손해 보지 않고 허리 치료하는 방법’ 등 흥미성과 생활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춘 전자책도 있다.

재능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전자책들. [크몽 홈페이지 캡처]

재능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전자책들. [크몽 홈페이지 캡처]

전자책 가격은 대부분 1000원에서 3만원 사이다. 일부 인기 서적은 5만원 이상이다. 추가 금액을 내면 작가와 대화 혹은 작가만의 노트를 제공하는 문화도 자리 잡았다.

재능기부 플랫폼 '크몽'에 따르면 코로나 19 유행 이후인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전자책 관련 카테고리가 4배 이상 성장했다. 크몽에서 판매 중인 전자책은 지난 9일 기준 1200여권이다. 크몽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코로나 19 유행 이후 전자책 상품이 많이 등록되고 있다"며 "책 품질도 점점 좋아져 월 100만원 이상 매출을 내는 책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가 진행한 전자책 출간전 포스터 [와디즈 홈페이지 캡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가 진행한 전자책 출간전 포스터 [와디즈 홈페이지 캡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지난 8월 높아진 전자책 수요를 분석해 '당신의 노하우를 펀딩해드립니다'란 출간전을 열었다. 전자책을 쓰고 싶어하는 245팀이 와디즈와 협업해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심사를 통과한 28개 프로젝트에만 1800여만원이 모였다. 와디즈 관계자는 "코로나 19 영향으로 자영업자나 직장인들의 '투잡' 관심도가 높아졌다"며 "전자책은 비용이나 재고 부담이 적고 쉽게 유통할 수 있어 직장인 사이 부업으로 주목받는다"고 말했다.

"믿고 살 수 있는 전자책 나와야"

전문가들은 "품질 관리가 전자책 시장의 향후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책 컨설팅 전문가 유성우씨는 "일반인이 쓰는 전자책은 학계에 발표할 만한 지식 전달보다는 개인의 생생한 경험과 노하우를 싣는다는 데서 차별점을 가진다"며 "30페이지 분량의 PDF 파일이 5만원, 10만원에도 팔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쇄를 기반으로 하는 출판사보다는 출판 심사가 까다롭지 않다"며 "전자책을 거래하는 플랫폼들이 균형 잡힌 기준을 만들어 품질관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크몽·와디즈 등 전자책 거래 플랫폼은 전자책을 쓰고 싶어하는 일반인이 늘어난 8월부터 작가 프로필·내부 구성·분량 등 기준을 정해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지난 4월 크몽에서 전자책을 출판한 한 사업가는 "일반인이 전자책을 쓰는 것이 잠깐 유행에 그칠 수 있다"면서도 "믿고 살 수 있는 전자책이 많이 나온다면 더 활성화할 곳 같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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