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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언박싱]"천사와 악마가 말 건다" PC방서 음란행위 한 20대 슬픈 사연

중앙일보

입력

20대 남성 A씨가 지난 8월 피고인 최후진술을 하기 위해 법정에 섰습니다. 보통 피고인은 최후진술에서 깊이 반성하거나 억울하다고 호소하곤 합니다. 그런데 A씨는 변호인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변호인이 당황하며 심경을 밝히라 하자, A씨는 “천사와 악마가 계속 말을 걸어온다”고 말했습니다. 판사는 당황한 채 A씨의 이어지는 최후진술을 경청했습니다.

1심 6개월 실형→2심 벌금형

A씨가 재판에 넘겨진 건 지방의 한 PC방에서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저지른 일 때문입니다. A씨는 PC방에서 혼자 음란행위를 하다 주변을 지나가던 여성에게 발각됐습니다. 다른 날에는 PC방 여자화장실 문을 열고 손을 씻던 여성에게 느닷없이 성관계를 제안했습니다.

1심은 A씨에게 공연음란과 성폭력처벌법상 성적 목적의 다중이용장소 침입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구속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지난달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1심과 마찬가지로 적용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결했지만, 징역형에서 벌금형으로 감형했습니다.

고등학생 때 폭행당한 뒤 조현병

2심은 “피고인이 앓고 있는 정신질환이 이 사건 범행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보인다. 또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며 “1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고 판시했습니다. A씨의 최후진술을 반영한 결과입니다.

A씨는 고등학생 때 집단폭행을 당한 후 조현병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환청이 끊임없이 들렸고, 피해망상과 충돌조절 장애에 시달렸습니다. 정신과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서 군도 면제 판정을 받았습니다. 정신병원에 몇 달 동안 입원하기도 했습니다.

일용직 아버지가 보살펴 

이런 A씨는 일용직 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아버지가 보살피고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A씨를 늘 작업 현장에 데리고 다닙니다. 아버지는 PC방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A씨가 자리에서 게임을 하도록 한 뒤 출근한 그 날을 후회한다고 합니다.

조현병, 조울증과 같은 중증 정신질환자는 전국에 50만명으로 추정됩니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이 중 33만명이 국가로부터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A씨의 자세한 속사정과 법정에서 일어났던 일을 이슈언박싱 영상을 통해 확인해보세요.

정진호‧박사라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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