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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秋 취임후 미제사건 40% 급증 "檢개혁 식물검찰 만드나"

중앙일보

입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스1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올해 전국 검찰청의 미제 사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라임 사태 등 여권 인사들이 연루된 의혹 수사를 축소·은폐한다는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검찰개혁의 명분이었던 민생 사건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9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지검별 미제사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 검찰청 미제 사건은 9만5041건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인 6만8092건과 비교하면 40% 증가한 수준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월말, 분기말, 연말 기준으로 미제 사건을 처리에 속도를 내는 경향도 있지만, 이 정도 증가세는 과도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사건이 접수된 이후 3개월이 초과한 미제사건은 올해 9월 기준 8207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4248건)의 두 배에 육박하는 수치다. 6개월이 초과한 미제사건 역시 5717건으로 지난해(3255건)보다 크게 늘었다.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의 9월 말 미제 사건은 1만2832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9048건보다 42% 늘었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월 취임식에서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사건 수사가 검찰에 맡겨진 중요 업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민생범죄 등 일반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 기능도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한다"며 형사부의 민생 사건 처리를 강조했다. 이 지검장은 지난 2월에는 형사부 장기미제사건을 중점 처리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검사들에게 휴가 사용을 권장하기도 했다.

주요 검찰청 미제 사건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검찰청 미제 사건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검찰의 한 간부는 "적폐청산, 국정농단 수사에 집중해 형사부 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도 미제 사건은 이렇게 많지 않았다"며 "이 지검장이 채널A 사건 등 정권에 관심 있는 사건에 집중하고 본인이 강조하던 형사부 민생사건 처리는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중앙지검의 사건 진행 속도가 너무 더디다"고 말했다.

중앙지검 이외에 서울 지역 검찰청의 미제 사건 역시 지난해 말보다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서부지검(3023건)은 62% 증가했다. 북부지검(3066건)이 53%, 동부지검(3020건) 27%, 남부지검(4247건) 18% 늘었다. 전국 검찰청 중에서는 청주지검(2476건)이 76%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조수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3년 중 2년은 적폐청산만 밀어붙이고, 나머지 1년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추 장관을 내세워 권력 수사를 못 하고 민생 사건도 제대로 못 하는 식물 검찰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강광우·김수민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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