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정·관계 로비 의혹…라임사태 권력형 게이트로 번지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06호 08면

4월 26일 김봉현 전 회장이 수원여객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수원남부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4월 26일 김봉현 전 회장이 수원여객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수원남부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최대 헤지펀드인 라임자산운용이 불법 행위에 연루됐다는 이른바 ‘라임 사태’ 의혹이 커지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전주(錢主)’로 알려진 김봉현(46·구속)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은 8일 법정에서 "지난해 7월 이강세(58) 스타모빌리티 대표가 강기정(사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전달하겠다고 해 5000만원을 쇼핑백에 넣어줬다”고 증언했다.

‘강기정에 5000만원 전달’ 증언 파장 #강 전 수석 “완전 사기, 법적 대응” #펀드 자금 어디로 갔는지 불명확 #검찰, 기동민 민주당 의원 소환 #권력층·정치인과 유착 의혹 수사

광주 MBC 사장 출신으로 라임과 정치권의 연결 고리라는 의혹을 받는 이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증거은닉교사·변호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난 7월 구속기소 됐다. 이 대표 측은 스타모빌리티 업무를 위해 강 전 수석을 만난 적은 있지만, 김 회장에게 돈을 받아 전달한 적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 강 전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전 회장의 진술 중 나와 관련된 금품수수 내용은 완전한 사기”라며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취하겠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재판에서 진위도 밝혀지지 않은 한 사람의 주장에 허구의 내용을 첨가해 보도한 모든 언론에 책임을 묻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전 회장의 증언이 거짓이거나 이 전 대표가 배달 사고를 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향후 라임 사태가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라임 사태의 시작은 이 운용사가 판매한 무역금융펀드가 대규모 손실이 나면서다. 이 펀드는 지난 2018년 11월 27일부터 2019년 7월 17일까지 1611억원 어치가 팔렸다. 그런데 이 펀드가 투자한 미국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이 부실로 청산하자 문제가 발생했다. IIG는 2018년 11월 17일 이 사실을 신한금융투자에 통지했다. 하지만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은 투자자에게 이를 알리는 대신 부실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일부 은행·증권사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투자자에게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했다.

강기정

강기정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결정하면서 투자자 피해 복구가 진행 중이다. 투자자를 속인 관련자들에 대한 법적 심판이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받는 김 전 회장은 라임 펀드를 통해 자신이 실소유한 스타모빌리티에 595억원을 투자받고, 이 중 517억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다. 향군 상조회(290억원과 90억원대 부동산), 수원여객(161억원) 자금·자산을 횡령한 의혹도 있다. 김 전 회장과 함께 달아난 이 전 부사장의 혐의는 배임수재와 미공개 정보 이용이다. 코스닥 상장사 리드에 라임 자금(300억원)을 투자해 준 대가로 14억원 상당의 시계·가방·승용차비 등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라임이 투자한 회사(지투하이소닉)의 미공개 정보를 미리 알고 주식을 팔아 손실을 피한 혐의도 받는다. 이 전 부사장은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 돈이 어디에, 어떻게 흘러 들어갔는지는 여전히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은 라임자산운용이 지분을 사들인 자동차 부품 업체와 화장품 소품 제조사를 통해 소비자가 펀드에 투자한 금액으로 ‘기업사냥’을 했다고 본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4년 동안 1조2000억원을 투입해 40여개 코스닥 기업에 투자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불법행위 있었다고 보고 있다. 펀드 자금을 빼돌려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배경을 봐준 이른바 ‘뒷배’가 있다는 의혹도 수사 대상이다. 장모 전 대신증권 센터장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투자금 회수를 우려하는 피해자에게 장 전 센터장은 청와대 파견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금융감독원 김 모 팀장의 명함을 보여주며 "라임 건을 이 분이 다 막았다”고 언급했다. 그가 언급한 김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금감원의 기밀을 유출하고 김봉현 전 회장에게 3700여만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혐의다.

그의 동생은 스타모빌리티 사외이사로 일하며 1900여만원을 받았다. 남은 건 권력층과 정치인 로비 의혹이다. 정치권 인사 중에는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정치자금법 위반과 배임수재로 구속기소 됐다. 김 전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다. 이씨는 지난달 16일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여당 의원도 조사 중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최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 조사에서 김봉현 전 회장은 기 의원에게 수천만 원과 고가의 맞춤 양복을 선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다. 기 의원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검찰은 이모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소환 통보하고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모 의원은 기동민 의원과 함께 지난 2015년 필리핀 리조트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는다. 기동민 의원과 이모 의원을 김봉현 전 회장에게 소개한 인물로 알려진 김모 전 열린우리당 부대변인 역시 검찰 소환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계좌를 추적해 김봉현 전 회장이 김모 전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