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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은 틀어막고…관광지는 풀어놓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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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6호 01면

그때그때 달라요, K방역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주변에 보수단체 집회 강행에 대비한 경찰버스와 철제 펜스가 설치돼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경찰은 이날 시위 통제에 400여 대의 버스와 경찰 병력 1만1000여 명 등을 동원했다. [뉴시스]

9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 주변에 보수단체 집회 강행에 대비한 경찰버스와 철제 펜스가 설치돼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이 통행에 불편을 겪었다. 경찰은 이날 시위 통제에 400여 대의 버스와 경찰 병력 1만1000여 명 등을 동원했다. [뉴시스]

공공의 안전을 지키면서 기본권도 보장하는 해법은 없을까. 차벽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이 둘러싸인 지난 3일 개천절 집회 이후, 방역 규제와 집회의 자유가 충돌하는 양상이 계속되면서 사회적 논란이 커지고 있다.

도심집회 막으려 광장 차벽 포위 #공항·놀이공원엔 다닥다닥 긴줄 #보수도 진보도 오락가락 기준 비판 #안전·기본권 함께 보장 해법 필요

9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인도 쪽으로 경찰버스가 다닥다닥 주차해 차벽을 만들었다. 경찰은 광화문 인근에 180개 부대 1만1000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다만 차벽으로 광화문 광장을 둘러싸지는 않았다. 대신 철제 펜스를 세우고 일정 간격으로 경찰을 배치해 집회 참가자들의 광장 진입을 막았다. 보수단체가 도심에서 열 예정이던 집회는 전날 법원의 집회 금지 유지 결정으로 무산됐다.

8·15참가자시민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오후 2시 광화문역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인 집회결사의 자유가 문재인 정부에서 철저히 짓밟히고 있습니다.” 불심검문 공방도 오갔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광화문 일대가 원천 봉쇄됐는데 일반인을 불심 검문하는 건 방역 차단이 아닌 공포 분위기 조성”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는 연휴를 맞아 제주도 등으로 향하는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제주도는 이번 연휴 동안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맞먹는 하루 3만 명 이상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측했다. [뉴스1]

같은 날 오전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는 연휴를 맞아 제주도 등으로 향하는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제주도는 이번 연휴 동안 지난 추석 연휴 기간에 맞먹는 하루 3만 명 이상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측했다. [뉴스1]

같은 시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 매표소와 놀이기구 앞에는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이 1m 간격을 유지하지 않은 채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서울 김포공항은 연휴를 즐기기 위해 지방행 비행기를 타려는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광화문은 틀어막고, 관광지는 풀어 놓은 상반된 모습. 방역규제가 선택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K방역의 원칙은 무엇이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민의힘은 이날 “세종대왕 동상이 ‘문재인식 불통’의 상징인 차벽에 갇혔다”고 논평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차벽은 살기 위한 방역의 길”이라고 말했다.

의료·방역 전문가들과 헌법학자 등은 개천절, 한글날 집회 논란을 계기로 공공 안전과 기본권 보장을 어떻게 절충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방역과 인권(기본권)이 함께 가야 하는데 일부 규제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국의) 방역 규제가 일관적이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대규모 인원 집결이 (코로나 확산에 있어) 문제가 된다면 다중이 모이는 강남역이나 서울역 등도 방역 규제를 더 엄격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진보 진영에서도 당국의 방역 규제 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경찰의 차벽 설치 등 집회 제한 조치에 대해 “방역과 인권보장 2가지 요청 중 방역만을 고려할 뿐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력과 고심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논평을 내놨다. 참여연대도 “위기 상황이라고 민주주의 기본 원칙의 훼손이 당연시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는 “공공의 안전(방역)과 기본권 보장은 서로 다른 가치가 아닌 같은 기본권이라는 시각에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가치 중 어느 하나가 우위에 있을 수 없으며 양자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도록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성표·김나윤·손국희 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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