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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북 가능성 없다" 동료 진술 듣고도···해경 "월북 맞다"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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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공무원 시신과 유류품 수색하는 해경. 뉴스1

피살 공무원 시신과 유류품 수색하는 해경. 뉴스1

북한군에게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와 함께 근무한 '무궁화 10호' 동료 선원들이 "월북 가능성은 없고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료 선원들의 이같은 진술에도 해경은 그동안 "월북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9일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해수부로부터 입수한 '무궁화 10호 선원 13명의 진술조서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해경의 '월북 가능성은?'이라는 질문에 이씨의 동료들은 "조류도 강하고 당시 밀물로 (조류가) 동쪽으로 흘러가는데 부유물과 구명동의를 입고 북쪽으로 헤엄쳐 갈 수 없다" "평소 북한에 대해 말한 적 없고 월북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 이혼했고 금전적으로도 문제가 있어 정신적으로 힘들었을 것 같아 자살이라고 생각한다" 등의 답변을 내놨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24일 무궁화 10호 선원 15명 중 13명을 상대로 해경이 진행한 것이다. 해경은 동료 선원들에게 이씨의 신상과 사건 당일 특이점 등을 물었다. "이씨의 가족관계와 평소 생활은 어땠나" "게임이나 도박을 좋아했나" "이씨와 금전 거래가 있었나" "성격이 어땠나" 등의 질문이 포함됐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양수산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동료 선원 조사에서 월북 징후가 나오지 않았지만 해경은 그동안 이씨가 월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왔다. 동료 선원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24일 '자진 월북' 가능성을 언급했고 29일 같은 결론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김홍희 해양경찰청장은 이달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씨의 자진 월북 가능성을 강조했다.

김 청장은 "쉽진 않지만 조류의 흐름을 타고 구명조끼와 부력재를 이용할 경우 북한 측에서 발견된 위치까지 (이동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이씨 휴대전화 전원이 물에 빠져 자연적으로 꺼진 게 아니라 인위적으로 꺼졌다고 하는데 (월북의) 정황 증거는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씨의 가족 역시 월북 가능성을 부정해왔다. 이씨의 친형인 이래진씨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동생이 실종되기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지역 어민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꽃게 판매를 중계해줬다"며 "(빚이 있었던 동생이) 다만 몇만원, 몇십만원이라도 벌려고 그러지 않았나 싶은데 어떻게 바로 몇 시간 뒤 월북하느냐"고 주장했다.

이씨의 고교생 아들도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편지를 통해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아빠가 180cm의 키에 68kg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km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다"고 언급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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