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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가르기·집값…6개 큰 물음표, 좋은 질문은 좋은 답변 첫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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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큰 물음표, 대한민국에 묻다

큰 물음표, 대한민국에 묻다

서울 집값을 잡겠다며 23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 ‘한국형 뉴딜’이란 이름 아래 재탕 삼탕 대책을 담았다.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강조한 ‘검찰개혁’을 내걸더니 정치권력에 종속된 ‘검찰개혁’을 만들어냈다.

‘대한민국에 묻다’ 시리즈 마치며 #검찰개혁·국가채무·좋은 일자리 #미·중 사이 줄타기 외교까지 질문 #소수도 감내할 답변 다함께 내야

답변이 지배하는 사회의 단면이다. 답변의 내용과 질보다, 답변을 내는 속도를 중시한다. 기존 것들 중 골라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내놓는다. 대개 맥락을 잃은 채다. 대책(對策)이란 이름의 정책이 쏟아질 뿐 결과를 장담할 순 없다.

좋은 질문이 우선해야 좋은 답변을 이끌어낸다. 축적된 지식과 깊은 통찰에서 나오는 질문이라야, 복잡한 문제에 대한 다양하고도 창발적 답변을 끌어낼 수 있다. “미래를 여는 지적 활동이 질문”(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이다.

중앙일보의 창간기획 ‘큰 물음표, 대한민국에 묻다’(사진)에서 오늘의 한국에 6가지 질문을 던진 배경이다. ‘편 가르기는 죄인가’는 광화문과 서초동, 태극기와 문파 간의 상시적 내전 체제에 대한 발문(發問)이다. ‘집에 대한 욕망, 잘못된 것인가’에선 집이 자산이자 지위재(地位財)면서, 탐욕이자 징벌의 대상이 되는 한국적 현실에 물음을 던졌다. ‘미래 쓸 돈, 가불해도 되나’엔 치솟는 국가채무에 비례해 격렬해지는 재정 건전성 논란을 담았다. ‘한국 기업은 좋은 일자리 만들 수 있나’는 4차 산업혁명의 파괴적 혁신으로 고차방정식이 된 일자리에 대해 정부와 기업,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탐색이다. ‘미·중 사이 줄타기 가능한가’는 최소 30년은 간다는 미·중 대결 체제에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며, ‘좋은 에너지와 나쁜 에너지 따로 있나’는 기후변화와 맞물린 에너지 지각 변동 속 한국의 갈 길에 대한 모색이다.

첨예하게 정치화한 사안은 첨예하게 엇갈린 입장으로 나타났다. ‘집이 투자 대상이냐’는 물음에 “주택은 투자 대상이 아니란 문재인 정부 신념은 독선”(윤희숙 국민의힘 의원), “욕망을 탓할 수 없지만 집으로 돈 벌겠다는 건 사회악”(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라고 맞섰다. 미·중 갈등에서 “미·중 사이에서 좌고우면하면 곤란하다”(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 “양다리 피할 일 아니다”(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도 평행선이었다.

일부 공감대의 가능성도 보였다. 보수·진보로 각각 분류되는 강원택 서울대 교수와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현재 한국 사회의 갈등이 우려할 만큼 심각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갈등이 증폭됐는데 집권세력 탓이 적잖다”라고 했다. 에너지를 두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가 대세라면서도 우리만의 적절한 옵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6가지 물음표에 대해 “근본적인 성찰을 통해 미래를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도”란 공감이 많았다. 동시에 대안 제시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다. 큰 물음표는 시작일 뿐이다. 집에 대한 욕망에 관한 물음표는 세제(稅制)와 대출, 전·월세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미·중 줄타기에 대한 물음표는 외교를 넘어 경제·정치에 대한 물음과 교감할 때 생명력을 갖는다. 작은 물음표가 많아질수록, 자문과 반문이 많아질수록, 큰 물음표는 더 큰 답을 낳게 된다.

지난 경험이 미래의 안내자가 아닌 시대다. 불확실성은 항구적 특성이다. 이런 때 지속 가능한, 즉 다수가 지지하고 소수도 감내할 의향이 있는 답변은 양자택일의 그것은 아닐 것이다. 좋은 답변에 이르는 첫발은 바로 좋은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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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고정애·김영훈·하현옥·유지혜·권호·박수련·이소아·윤석만·강기헌·하남현 기자 q202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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