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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귀 때리고, 커피 뿌리고…'경비원 죽음' 뒤에도 여전한 갑질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에게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우러 11일 해당 아파트 경비실 앞에 차려진 분향소 모습. 뉴스1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주민에게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경비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5우러 11일 해당 아파트 경비실 앞에 차려진 분향소 모습. 뉴스1

지난 5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고(故) 최희석씨가 주민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이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뒤에도 경비원들에 대한 입주민들의 '갑질'은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8일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최씨의 사망이 파문을 불러일으킨 5월 25일부터 지난 6일까지 4개월여 동안 공동주택 주민 갑질과 관련한 신고를 85건 받았다. 이 중 62건에 연루된 64명을 입건하고 37건에 대해선 검찰로 넘겨졌다.

경찰은 최씨가 숨지고 보름 만인 5월 25일부터 공동주택 갑질 특별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사례에 따르면 공동주택 입주민들의 갑질 행태는 최씨에게 행해진 것과 비슷했다. 지난 5월 31일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입주민이 경비원과 언쟁 끝에 뺨을 때리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6월 4일에는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과 말다툼을 하다 커피를 뿌리는 일이 있었다.

이 의원은 "공동주택에서 일하는 경비원, 미화원 등에 대한 심각한 갑질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갑질을 근본적으로 없애려면 노동자를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5월 10일 입주민인 40대 남성 A씨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 최씨는 당시 "억울하다. 결백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A씨는 현재 서울북부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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