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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유명희 지역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둘 중에서 첫 여성 WTO 수장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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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 겸 외교부 장관. 두 후보가 차기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거의 최종 라운드에 올랐다. [AFP=연합뉴스]

한국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왼쪽)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전 재무장관 겸 외교부 장관. 두 후보가 차기 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 선거의 최종 라운드에 올랐다. [AFP=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출 최후 2인에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나이지리아 전 재무부 장관이 뽑혔다. 두 후보 중 누가 선출되더라도 WTO 25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이 탄생한다. 사무총장 선출을 위한 3라운드는 오는 19일부터 27일까지 진행한다.

인물은 유명희 지역은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데이비드 워커(David Walker) WTO 일반이사회 의장은 8일 오전 11시(현지시각) 열린 비공식 대사급 회의에서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응고지 오콘조-이웰라(Ngozi Okonjo-Iweala) 나이지리아 후보자가 WTO 사무총장 최종 3차 라운드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두 후보는 여성이라는 공통점 있지만 가진 장·단점은 다르다. 유 본부장은 25년간 통상에서만 일한 경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1990년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91년 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유 본부장은 96년 통상산업부 WTO과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한·미, 한·중 FTA 같은 굵직한 통상현안에 참여해 협상을 이끌었다.

유 본부장과 경쟁하는 오콘조-이웰라도 만만치 않은 경력자다.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나와 매사추세츠공대(MIT) 대학원에서 지역경제 개발학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25년간 세계은행에서 근무했다. 나이지리아에서 두 차례 재무장관과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지난 2012년에는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와 막판까지 총재직을 놓고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통상 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없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오콘조-이웰라의 강점은 확실한 지역 기반이다. WTO 회원국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아프리카는 물론 개발도상국 지지를 받고 있다. 또 중국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자신이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아프리카 출신 후보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미 앞서 중국이 지지했던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아프리카 출신이었다.

“지지기반 없는 점 강점될 수도”

상대적으로 지지 기반이 없다는 점은 유 본부장 약점으로 꼽혀왔다. 수출 규제로 갈등을 빚은 일본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호의적이진 않다. 미국을 견제해야 하는 중국도 오콘조-이웰라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미국도 유 본부장에게 분명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실제 이런 부분이 사무총장 선출 2차 라운드까지는 우려로 작용했다. 산업부도 “아프리카, 영국 연방 등 지역이나 역사적 연고를 기반으로 지지표가 결집해 유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점이 최종 선출에서는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도 나온다. WTO 사무총장은 단순 투표로 뽑지 않기 때문이다. 선호가 가장 높은 후보라도 모든 회원국 동의를 받는 '컨센서스(Consensus)' 과정을 거쳐 선출한다. 컨센서스가 불가능할 경우만 투표로 뽑는다. 실제 지난 1999년 사무총장 선거에서는 선진국이 지지한 마이크 무어 전 뉴질랜드 총리와 개도국 지지를 받은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가 막판 경합했다. 하지만 합의를 하지 못해 사무총장 임기를 6년으로 늘려 마이크 무어가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수파차이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각각 3년씩 나눠 맡았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과 교수 “적극적으로 지지를 많이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사람은 절대 안 된다는 '노(NO)'를 안 받는 게 중요하다”면서 “중국이 미는 아프리카 후보를 미국 등 다른 나라가 동의해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 지지를 받았던 사무총장에 대한 불만으로 미국은 지난 7월 WHO에 탈퇴 통보를 했다.

미·중 무역갈등은 양날의 '검'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유 본부장에겐 양날의 검이다. 미·중 갈등으로 제구실을 못 하고 있는 WTO를 다시 복원할 적임자로 유 본부장이 꼽힌다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유 본부장도 이런 점을 고려해 입후보 당시부터 중진국의 경험과 역할로 WTO를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되려 이런 갈등이 확실한 지지를 못 끌어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WTO 복원을 위해서 지지기반이 없는 유 본부장보다 개도국과 아프리카 지지기반이 탄탄한 나이지리아 후보를 중심으로 지지세가 몰릴 수 있다”며 “유 본부장이 어떻게 WTO 위상을 높여 놓을 수 있을지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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