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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명예훼손 맞지만…” 유튜버 우종창 항소심 집유,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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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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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방송을 통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유튜버 우종창(63)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7월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 지 3개월여 만이다.

8일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는 우씨의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은 판단이 잘못됐다”고 주장한 우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1심의 형은 과해 부당하다”는 주장은 받아들였다. 항소심은 형을 다시 판단하는 이유를 “방송 내용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라는 공적 인물의 직무 수행과 관련한 내용이라 ‘공적 사항’에 관한 것이고 우씨가 경제적인 이익을 얻거나 피해자에게 사적인 감정ㆍ이해관계 때문에 방송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로 들었다.

이날 검은 양복 재킷을 입고 법정에 선 우씨는 재판부의 말이 끝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거나 한숨을 쉬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다시 구치감으로 들어갈 때는 방청석을 찾은 이들과 눈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조국 민정수석과 김세윤 재판장이 만났다고 한다” 유튜브 방송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올해 4월 14일 서울 오후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우종창 보수 유튜버의 명예훼손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뉴스1]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올해 4월 14일 서울 오후 도봉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우종창 보수 유튜버의 명예훼손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뉴스1]

우씨는 2018년 3월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우종창의 거짓과 진실’에 한 방송을 올린다. 제보를 받았다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018년 1~2월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사건 재판장인 김세윤 부장판사를 청와대 근처 한식집에서 만나 식사를 했다”고 제보 내용을 소개했다. 우씨는 추가 제보를 바란다면서 두 사람의 식사가 부적절했다는 취지로 자신의 평가도 더했다.

조국 전 장관은 우씨가 허위 사실을 방송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우씨를 고소했다. 우씨는 지난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우씨가 허위 사실을 널리 알려 조 전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점을 인정해 징역 8월을 선고하고 그를 법정에서 구속했다.

우씨는 항소심에서 “방송은 의견을 표명한 것일뿐 사실을 말한 것이 아니고, 제보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조 전 장관)를 비방할 목적이 없었다”며 공익적 목적으로 방송했다는 논리도 폈다.

항소심 “오랜 기자 경력의 우씨, 제보 내용 허위성 인식했을 것”

전 월간조선 기자 우종창씨가 운영하는 보수 유튜브 채널. [유튜브 캡쳐]

전 월간조선 기자 우종창씨가 운영하는 보수 유튜브 채널. [유튜브 캡쳐]

하지만 항소심은 우씨의 주장이 전혀 맞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항소심은 “청와대 민정수석이 형사 사건 재판장과 청와대 인근 한식집에서 만나 식사했다는 방송 내용은 시간ㆍ공간적으로 사실관계에 대한 허구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이를 단순히 가치평가나 의견을 말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우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씨가 “제보가 진실성이 있어 허위라고 인식하지 못했다”고 항변한 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먼저 항소심은 우씨가 20년 넘는 기자 경력을 갖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우씨는 수사기관에서 진술할 때 “제보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보도 하는 게 원칙이다”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재판부는 “비록 개인 방송이지만 우씨는 제보를 보도할 때 사실 확인을 위한 취재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우씨가 제대로 된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항소심 법정 진술에 따르면 우씨는 청와대 인근의 한식집을 탐문했지만 두 사람의 구체적인 만남 여부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또 법원은 제보가 사실이라고 볼만한 근거도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우씨는 제보자에 대해 진술할 때 “70대의 교양있는 어르신이며 젊은 시절 공직자로 법조계에 몸담은 것으로 추정한다”면서도 “제보자에게 과거 경력에 관해 물어봤더니 답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씨가 청와대 대변인에게 관련 사건을 물어 유튜브 방송 전 답변을 받아놓고도 이를 방송에 반영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우씨는 국경일인 3월 1일 청와대 대변인에게 제보 내용에 대한 취재 협조문을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방송을 하기 전 "그런 만남이 없었다"는 취지의 회신을 받았다. 재판부는 “방송 공개 전 이를 확인하고도 편집 과정 등에서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후속 방송도 없었다”며 우씨가 제보내용의 허위성을 인식하고 방송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 “공적 사안 비판은 널리 허용하되, 단순 의혹 제기는 안 돼”

“공익적 목적의 방송”이라는 우씨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공적 인물의 공적 수행 행위에 대해서는 일반 개인에 대한 사적 사안보다 광범위한 문제제기와 비판, 검증이 허용되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공적 관심 사안이라고 하더라도 구체적 근거나 정황 없이 풍문에 기댄 단순 의혹 제기나 암시하는 방법으로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제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씨의 경우에 대해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방송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명히 했다. 우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형사 재판의 부당성을 지적하는 방송을 계속 해왔다. 문제가 된 방송 역시 그중 하나다. 재판부는 “정치적 이념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합리적 정황이나 근거가 없는데도, 이를 확인하는 노력 없이 방송을 내보내는 것을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피해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에 대한 투명성ㆍ도덕성에 오해를 불러일으켰고,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우씨의 유죄를 선고했다.

‘천안함 좌초설’ 사건은 무죄 판결…'비방 목적' 판단 달라

지난 6일 같은 법원 다른 재판부인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는 ‘천안함 좌초설’을 제기한 신상철 전 민ㆍ군합동조사위원의 명예훼손 혐의 재판에서 1심의 유죄 판결을 깨고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신 전 위원은 인터넷 사이트에 “MB정권은 선체 조기 인양과 생존자 구출을 원치 않았다”는 등의 글을 써 해군참모총장 및 국방부 장관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신씨의 항소심은 신씨가 쓴 ‘구조 지연’ 관련 글이 ▶허위사실인 점 ▶신씨가 이를 허위로 인식한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신씨의 글로 ▶피해자가 공직자 개인으로 특정되지 않은 점 ▶비방의 목적을 단정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신씨에게 명예훼손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신씨의 재판부는 신씨가 이런 글을 올린 목적이 공직자 개인에 대한 비방이 아니라 구조를 촉구하고 군에 투명한 자료 공개를 요청하는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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