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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킬은 '동물 찻길 사고', 노가다는 '현장 근로자'로 불러주세요

중앙일보

입력

주행 중 도로에서 야생동물과 부딪히는 사고인 로드킬은 우리 말로 '동물 찻길 사고'로 순화해 부르는 게 좋다. [뉴스 1]

주행 중 도로에서 야생동물과 부딪히는 사고인 로드킬은 우리 말로 '동물 찻길 사고'로 순화해 부르는 게 좋다. [뉴스 1]

 '함바→현장 식당', '톨비→통행료', '시마이→끝, 마무리'.

 그동안 각종 도로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사용되는 외국어 표현을 순화한 우리말이다. 그동안 건설 현장 등에선 우리말 대신 일본어와 영어 표현이 뒤섞여 사용돼 왔다.

도공, 전문용어집 '우리길 우리말' 편찬 #일본, 영어식 건설용어를 우리말로 순화 #싱크홀은 '땅꺼짐', 공구리는 '콘크리트' #

 한국도로공사(도공)는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일본어와 영어식 표현 등 도로건설·운영 관련 용어 278개를 우리말로 바꾼 전문용어집 『우리길 우리말』을 편찬했다고 밝혔다. 9일부터 도공 홈페이지(http://www.ex.co.kr)와 블로그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공은 "고속도로 관련 행정용어 등에서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를 선정하고, 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순화가 필요한 용어를 발굴했다"며 "지난 5월부터 국립국어원과의 업무협약을 통한 감수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우리길 우리말』에 따르면 길어깨는 '갓길'로, 블랙 아이스(Black Ice)는 '도로 살얼음'으로 바꿔 부르도록 했다. 또 차선 도색이나 나대지 같은 한자식 표현은 각각 '차선 그리기'와 '빈터'로 순화했다.

  또 싱크홀(sink hole)은 '땅 꺼짐', 포트 홀(pot hole)은 '도로 파임'으로, 렉카 또는 렉카차는 '견인차'로 표현했다. 졸음운전을 막기 위해 주행 시 소음이나 진동이 나도록 도로 위에 파놓은 홈을 지칭하는 럼블 스트립(rumble strip)은 '졸음방지 홈'으로 순화했다. 램프(ramp)는 '연결로'로 대체했다.

 흔히 건설현장에서 쓰는 일본식 용어인 공구리는 '콘크리트'로, 나라시는 '고르기', 노가다는 '현장근로자', 그리고 시다는 '보조원'으로 바꿔 표현했다. 또 콘크리트를 굳히는 작업을 뜻하는 양생은 '굳히기'로, 제형은 '사다리꼴'로 바꿨다.

블랙아이스는 '도로 살얼음'으로 순화했다. [중앙포토]

블랙아이스는 '도로 살얼음'으로 순화했다. [중앙포토]

 도공은 이번에 순화한 용어들이 국내 건설 현장에 확산될 수 있도록 '전문용어 표준화 고시'도 추진키로 했다. 국립국어원의 자문과 국토교통부 전문용어 표준화 협의회 및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심의회를 거쳐 국어기본법에 따른 작업 후 행정규칙으로 고시한다는 방침이다.

 도공의 김일환 건설본부장은 "건설 현장에 쉽고 바른 우리말이 빠르게 정착되도록 할 것"이라며 "표준 전문용어는 관련 법령 제·개정과 고속도로 관련 설명서 및 설계도서 제작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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