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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종전선언 꺼낸 文…그뒤엔 여권 전체 움직인 '김여정 담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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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다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8일 영상 메시지로 진행한 코리아소사이어티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며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한ㆍ미 양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8일 한미 간 정치·경제·문화·예술 분야 교류 촉진을 위한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화상 연례만찬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며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한미 양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8일 한미 간 정치·경제·문화·예술 분야 교류 촉진을 위한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화상 연례만찬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의 시작"이라며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한미 양국이 협력하고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청와대 제공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한ㆍ미 간 정치ㆍ경제ㆍ문화 분야 교류 촉진을 위한 비영리단체다.

문 대통령은 “어렵게 이룬 진전과 성과를 되돌릴 수는 없으며 목적지를 바꿀 수도 없다”며 그동안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 구상을 밀고 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직접 거론한 것은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연설 이후 보름만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되어야 한다.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말했다.

당시 연설은 전날 북한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씨를 사살한 직후 공개되면서 부적절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에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4일 브리핑에서 “연설녹화본이 이미 유엔으로 발송이 된 뒤였고 이씨 피살 사안이 있을 것은 예측하지 못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있었지만 남북관계는 지속되고 또 앞으로 견지되어야 되는 관계”라며 대북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그의 말처럼 문 대통령은 이날 또다시 종전선언을 강조했다. 여권 핵심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여당에서 종전선언 논의가 본격화된 시기는 지난 6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 이후라고 한다.

김 부부장은 6월 4일 보수단체들이 대북 전단을 살포하려하자 “똥개들은 똥개들이고 그것들이 기어다니며 몹쓸짓만 하니 이제는 그 주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때”라며 한국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같은달 13일에는 “확실하게 남조선것들과 결별할 때가 됐다. 다음 단계 행동 취하겠다. 대적행동 행사권을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겠다”고 한 뒤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담화는 남북 관계를 더욱 냉각시켰다. 그러나 여권은 이를 반대로 해석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김여정의 담화는 대결 국면으로 가자는 선언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며 “북한의 문법으로 봤을 때 오히려 종전선언 등 평화프로세스를 위한 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김화군 수해 복구 현장을 현지시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전했다. 이날 약 두 달 동안 모습을 감췄던 김여정 당 제1부부장(왼쪽 두번째)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원도 김화군 수해 복구 현장을 현지시찰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전했다. 이날 약 두 달 동안 모습을 감췄던 김여정 당 제1부부장(왼쪽 두번째)이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정의당 등 범여권 의원 173명은 담화 직후인 6월 15일 ‘한반도 종전선언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결의안은 서해 피격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상정된 뒤 현재 논란 끝에 안건조정위에 회부됐다.

문 대통령 역시 연락사무소 폭파 직후인 6ㆍ25 연설에서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종전을 언급했다. 그리고는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종전선언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씨 피살 직후인 지난달 28일에는 “이번 비극적 사건이 사건으로만 끝나지 않고 대화와 협력의 기회를 만들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는 계기로 반전되기를 기대한다”며 북한에 군 통신선 재연결과 공동조사를 제안했다. 그러나 북한은 1주일 넘게 묵묵부답이다.

유승민 국민의힘 전 의원은 이날 문 대통령의 연설문이 공개되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비핵화는 실종된 지 오래고 우리 국민이 총살 당하고 불태워져도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종전선언과 가짜평화 밖에 없다”며 “정권을 교체해서 역사의 법정에서 이들의 죄를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언급한 배경에 대해 “종전선언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주요한 부분”이라며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대통령이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해당 연설이 녹화된 시기를 묻는 말에는 “소모적 논란에 휩싸이고 싶지 않다”며 “다만 (코리아소사이어티에) 전달된 시점은 10월 6일”이라고 답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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