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진혼곡 울린 국토위 국감, “유체이탈 화법이냐” 부동산 공방

중앙일보

입력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앞서 북한군에 의해 숨진 해수부 공무원을 추모하는 추모곡을 틀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희국 의원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앞서 북한군에 의해 숨진 해수부 공무원을 추모하는 추모곡을 틀고 있다. [연합뉴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진혼(鎭魂)곡이 울려퍼졌다.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이 “북한군에 의해 숨진 해수부 공무원 이모(47)씨를 추모하겠다”며 음악을 틀어서다. 이날 피감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국토부 산하 4개 기관으로 공무원 피격 사건 유관 부처는 아니었지만, 김 의원이 음악을 틀면서 자리에 있던 여야 의원 10여명이 1분여 가량 이씨를 추모했다.

추모가 끝나자마자 야당은 부동산 정책 관련 공세를 했다. 김희국 의원은 “서울 아파트 가격이 평균 10억300만원으로 올랐는데 국토부 장관은 14% 올랐다고 한다. 무능한 주제에 거짓말까지 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변창흠 LH사장을 향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이유가 뭐라고 보냐”고 물었다. 변 사장이 “시기적으로 부동산 가격 상승국면에 와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그렇게 하나마나한 유체이탈 화법을 쓰지 말라”고 지적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변 사장과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현 정부 부동산정책 관련 핵심 인사가 소속된 ‘한국공간환경학회(공간학회)’가 LH 연구용역을 좌지우지했다”고 따졌다. 공간학회 출신들이 소장 또는 대표로 있는 국토연구원ㆍ한국도시연구소ㆍ미래이엔디 등이 수의계약으로 LH 용역을 집중적으로 수주했다면서다. 김 의원은 “이런 게 부동산 마피아 아니냐. 정책실패에도 이유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에 변 사장은 “국토연구원은 최고 수준의 국책연구기관이다. 수의계약은 유찰 때문에 한 것”이라고 답했다.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에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감사 시작에 앞서 조응천 민주당 국토위 간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오종택 기자

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사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에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 감사 시작에 앞서 조응천 민주당 국토위 간사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오종택 기자

반면 여당은 “집값 상승 책임은 박근혜 정부에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규택지 지정 없이 쓸 수 있는 충분한 택지가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가 9·1대책으로 LH가 확보한 공공택지를 대규모로 민간에 매각해 주거 불안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소 의원은 2010~2020년 공공택지 매입 상위 건설사로 중흥ㆍ호반ㆍ부영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국민 혈세로 마련한 택지를 건설사에 다 팔아먹은 LH가 집값 오르는데 크게 기여했다. 공공택지를 절대 민간 건설사에 넘기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밖에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0년간 LH가 한 일을 보면 80%는 땅장사(택지분양)ㆍ집장사(주택분양)였고, 20%는 주거복지를 위한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했다”며 장기임대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도 “LH가 땅장사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냐”(박영순 의원)는 말이 나왔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