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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지금인가"···민주당도 등 돌린 홍남기의 재정준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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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재정준칙 도입이 정치적으로 사면초가(四面楚歌)에 빠졌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재정준칙 도입을 고수한다면) 같이 갈 수 없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기획재정부에서는 준비를 오래하고 전문가들의 자문을 많이 구했다는데 특히 재정준칙에 대해서 동의하고 지지하는 학자들 중심으로 의견을 모은 것 같다”며 한 말이다.

재정준칙은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해 세우는 규범으로 국가채무 등 재정지표가 일정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일종의 재정 운용 가이드라인이다. 정부는 지난 5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60%, 통합재정수지 -3%를 뼈대로 하는 재정준칙 도입을 발표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그러나 김 의원은 “(정부가) 왜 서두르는지 잘 이해를 못 하겠다. 다른 나라에 비해서 굉장히 재정건전성이 잘 유지되고 있다”며 “재정준칙이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한다는 건 없다. 국가가 빚을 지지 않으면 개인의 부채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지난달 17일 민주당의 ‘2020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 강연에서 재정준칙의 방향을 설명하는 등 정치권의 분위기를 신경 써왔지만 여당에서도 반발이 터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재부 경제·재정정책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기획재정위 간사인 고용진 의원은 “재정준칙의 필요성이나 취지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지금 도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재정 상태가 안정적인 상황에서 준칙을 도입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반대 방향에서 냉소적이다. 같은 날 추경호 의원은 “한마디로 ‘우리는 원 없이 쓰고 간다, 차기 정부 부담은 모르겠다’는 의미의 재정준칙”이라고 지적했다. 예외 인정의 폭이 너무 넓어 재정건전성 확보에 도움이이 안 된다는 취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과 홍 부총리의 엇박자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당 내부에선 재정준칙 도입 시기가 하필 지금인 것을 두고 불만이 많다”며 “홍 부총리가 고집을 꺾지 못하는 것은 지난 4번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내부 불만이 많이 쌓였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초선의원은 “국가 신용평가 발표를 앞두고 대외적으로 재정건전성에 신경 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시도였다는 해석도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재정 수요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의 발목을 잡진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밝혔다. 세계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Fitch)는 지난 7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전망을 현재 수준인 ‘AA-’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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