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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병원서 바로 청구' 입법 재시도…의료계 반발 누그러들까

중앙일보

입력

국민 3500만명이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금 청구가 진료 병원에서 곧바로 이뤄지도록 21대 국회가 관련 법 개정을 재추진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8일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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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연간 9000만건에 이르는 실손보험 청구의 76%가 팩스, 보험설계사, 방문 등을 통해 종이 서류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종이 서류를 사진으로 촬영한 후 보험사 애플리케이션(21%)이나 이메일(3%)로 청구하더라도 결국 보험사에서 수작업으로 전산에 입력해야 하므로 사실상 종이 문서를 기반으로 하는 청구가 99%에 해당한다.

고 의원은 "낡은 보험금 청구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아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병원에서 직접 발급받은 서류를 별도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 탓에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위원회와 복건복지부 2018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의 보험금 미청구 비율은 47.5%였으며,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이유로는 ‘진료금액이 소액’이라는 이유가 73.3%를 차지했다. 또, ‘병원 방문이 귀찮고 시간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가 44%,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다’는 이유를 든 응답자가 30.7%로 나타났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가입자의 요청이 있으면 병·의원이 직접 건강보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을 통해 증빙서류를 보험업계로 전송하는 것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험가입자의 편익이 증진될 뿐만 아니라 병원은 진료비 영수증 등 불필요한 문서를 줄이고 서류 발급에서 발생하는 자원낭비와 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수 있게 된다.

앞서 20대 국회에서도 고 의원이 같은 취지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의료계의 반발에 부닥쳤다.

의료계는 심평원이 실손보험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심사할 가능성을 염려해 청구 간소화에 반대했다. 이런 반발의 이면에는 보험금 청구가 전산화되면 값비싼 비급여 진료 실태가 노출되고 정부나 보험사가 진료수가를 통제하는 상황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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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의된 법안은 의료계의 우려를 고려해 심평원이 서류전송 업무 외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하거나 보관할 수 없도록 하고, 전송 업무와 관련해 의료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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