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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식아동 급식 한끼 6000원인데…2500원짜리 먹는 소방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소방관들의 한 끼 식사에 들어가는 돈이 최대 4310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등 지역별로 급식 단가가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입수한 '소방서 수 대비 급식시설 설치현황 및 단가 비교표'에 따르면 전국 시·도별 한 끼 평균 단가는 4187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 결식아동 급식단가(6000원)보다 낮다.

지난 9월 2일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제주시 일도 2동 4층 건물 옥상의 물탱크가 넘어져 소방관들이 결박 작업을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지난 9월 2일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제주시 일도 2동 4층 건물 옥상의 물탱크가 넘어져 소방관들이 결박 작업을 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지난 4월 소방관이 국가공무원으로 전환됐지만, 지역별 급식 단가 차이는 컸다. 전국 18개 시·도 가운데서 급식 단가가 낮은 곳은 울산(2500원)이었다. 그 뒤는 광주(2700원)와 서울(3240원)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급식 단가가 가장 높은 곳은 제주(6810원)로 나타났다. 경북(6200원)과 강원(6164원)이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소방청은 “한 업체로부터 모든 소방서가 식자재 배달을 받아 납품 단가를 낮춘 지역이 있는 반면 급식 단가가 높은 제주의 경우엔 단가에 조리사의 인건비까지 반영돼 실제로는 직원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울산광역시는 “취사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하고 있는 타 시·도와는 달리 2019년부터 모든 소방관서에 취사 인부 및 영양사를 공무직으로 채용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직원들은 순수한 식재료비로 매끼 당 2500원을 부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인건비를 포함한 급식단가는 6800원 정도로 타 시·도와 비교할 경우 울산 소방관이 부담하는 순수 급식비는 제일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급식시설이 설치된 곳은 총 1034곳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소방서도 152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식시설이 없는 지역은 강원도(78곳·51%)가 가장 많았다. 경북과 경남도 각각 26곳의 소방서에 급식시설이 없어 배달로 식사를 챙기거나 직접 요리를 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관들의 부실급식 문제는 2018년에도 논란이 됐다. 당시 119 소방안전복지사업단이 페이스북을 통해 식판에 담긴 소방관의 저녁 식사 메뉴를 공개하면서 관심을 받았다. 밥과 국, 떡볶이와 어묵, 나물로 식단이 차려져 있었지만 체력 소모가 큰 소방관의 허기를 채우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 의원에 따르면 소방급식 예산은 지난해 기준 50억원 수준이다. 소방관들의 급식은 각 시·도 예산으로 지원받는 보조금과 자체 예산으로 충당되는데, 지역별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을 배정해 인건비와 식재료비를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는 8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최 의원은 “소방관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국가직화가 추진됐음에도 불구하고 밥 한 끼 먹는데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소방청에서 급식체계 일원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려드립니다.
최춘식 의원실의 소방청 자료에 따른 소방관 급식단가 발표 이후, 울산광역시는 12일 해명자료를 통해 취사인부와 영양사를 2019년부터 공무직으로 채용하면서 울산 소방관들이 실제로 부담하는 급식단가에는 취사인력의 인건비가 포함되지 않은 수치라고 밝혔습니다. 인건비를 포함한 급식단가는 6800원 정도로 “울산시에서 지원하고 있는 취사인부임을 포함하지 않은 순수한 식재료비만을 급식단가로 보도하여 실제와는 오류가 있다”고 밝혀왔습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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