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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없는 대통령 권력 문제" 엘리트 검사의 檢개혁 비판 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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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 청와대에서 열린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이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현직 부장검사가 정부의 검찰 개혁을 비판하며 견제 없이 행사되는 대통령의 인사권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한다는 논문을 발표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임세진 검사, 논문서 "검찰총장 임기 4년으로 늘려야"

현직 엘리트 검사의 檢개혁 비판 논문 

임세진(42) 평택지청 부장검사는 '독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국외연구논문에서 "견제 없이 행사되는 대통령의 검사 승진·전보 권한은 객관적 평가보다는 특정 사건 처리가 정부 의중에 부합하는지가 검사 인사의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임 부장검사는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해서도 "현재의 (검찰) 제도 개선 논의는 마치 의사가 환자가 앓는 병의 원인은 그대로 두고 병에서 비롯된 증상만을 제거하려고 하는 조치와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근본적 문제는 현재 우려가 제기되는 검찰의 정치 예속화에 있다는 주장이다.

2018~2019년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수를 다녀온 뒤 작성된 임 부장검사의 논문은 법무연수원 현재 홈페이지에 게시돼 있다. 현직 부장검사가 정부의 검찰 개혁을 비판하는 논문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면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면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총장 임기 4년으로 늘려야" 

임 부장검사는 논문에서 "우리 국민은 검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수사외압과 공정성 확보를 꼽았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검찰총장의 임기를 4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1명의 대통령이 1명의 검찰총장만 임명하도록 해야한다는 주장이다.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임 부장검사는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이규민 의원을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기소한 검사기도 하다. 올해 8월 인사 전까진 대검 형사부에 파견 근무를 하며 채널A 강요미수 의혹과 관련해 수사 강행을 주장했던 김관정 서울동부지검장(당시 대검 형사부장)과 의견을 달리한 인물로 알려져있다. 한 현직 검사는 "임 부장검사는 검찰 내에서 실력과 강단이 있는 동료로 알려진 인물"이라 말했다.

"왜 검찰은 항상 개혁대상이 돼야 하는가"

임 부장검사는 논문에서 "법조인으로서 15년, 10년간 4번에 걸쳐 정부가 바뀌는 동안 국정과제 목록에 검찰개혁 과제가 항상 있었다"며 "왜 검찰은 항상 개혁대상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고민이 연구의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기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기가 바람에 날리는 모습. [뉴스1]

임 부장검사는 국민들이 검찰의 수사결과를 불신하는 이유로 수사외압과 수사 공정성 문제를 꼽았다. 그 이유의 원인으론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견제 없는 검찰 인사권 행사 ▶정치적 외압 ▶검찰 내부의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를 들었다.

임 부장검사는 "독일의 경우 연방 검찰총장은 연방상원의 동의를 거쳐 연방법무부장관이 제청하고 연방대통령이 임명하며, 주(州) 검사의 임명과 승진권한도 검사들이 참여하는 중앙검사회의에 있다"며 한국에서도 정치 권력의 검찰 인사권을 견제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는 그 대안으로 한 정권이 한 명의 검찰총장만 임명하도록 검찰총장의 임기를 4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검찰총장 임명 과정에서 국회의 권한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민주적 절차를 통해 구성된 검사대표기구를 통해 일선 검사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제도 개선도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왼쪽부터),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송영길 의원이 지난 7월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현주소와 향후 과제' 세미나에 참석, 황운하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왼쪽부터),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 송영길 의원이 지난 7월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현주소와 향후 과제' 세미나에 참석, 황운하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제도 개선은 병의 원인 외면한 것"

임 부장검사는 논문 말미에서 여권이 추진해 온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검찰 개혁을 언급하며 "현재의 제도 개선 논의는 환자가 앓고 있는 병의 원인은 그대로 두고 병에서 비롯된 증상만을 제거하려고 하는 조치와 다를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검사는 "우리 검찰이 앓는 병은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의 검사 인사권에 대한 견제 장치의 부재, 법무·검찰 내부의 수직적 의사결정구조로 인한 구성원의 의견 반영 장치의 부재에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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