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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한 트럼프 두고 "장군 멍군"...'본게임' 돼버린 부통령 후보 토론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 부통령 TV토론회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입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 부통령 TV토론회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오른쪽)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입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퇴원을 강행한 가운데 미국 대선 부통령 후보 TV 토론회가 7일(현지시간) 밤 9시 열렸다.

해리스 "트럼프 모든 것 거짓이라며 심각성 축소" #펜스 "TF팀 이끌며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응"

장소는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대학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공화)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민주)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맞붙었다.

토론이 시작하자 두 후보는 약속된 대로 악수 없이 자리에 앉아 토론에 들어갔다. 먼저 발언을 시작한 해리스 후보는 역시 트럼프 정부의 코로나19 대응부터 비판했다.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모든 것을 '거짓(Hoax)'이라고 하며 심각성을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그 어느 대통령이 하지 못한 일을 했다"며 자신이 태스크포스팀을 맡아 트럼프 대통령과 성공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했다고 반박했다.

해리스 후보는 참전 용사를 "호구"라고 했던 것이나 기후변화와 관련해 "과학자들이 틀렸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집중적으로 물고 늘어졌다. 펜스 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코로나19로 실직자가 나오는 와중에 세금을 올리려고 한다", "중국과 싸운 적은 없으면서 치어리더 역할만 했다"고 반격했다.

이날 토론은 지난달 29일 있었던 대통령 후보 1차 토론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이번 토론회의 진행은 USA투데이의 워싱턴 지국장인 수전 페이지가 맡았다. 서로의 말에 끼어들면서 토론이 엉키는 일은 거의 없었고, 발언 시간이 지날 경우 진행자의 제지에도 비교적 잘 따랐다. 서로의 발언에 고개를 젓거나 실소를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상대 발언을 끝까지 듣고 차분한 목소리로 발언을 이어갔다.

◇'대리전'에서 '본게임'으로   

보통 3차례 하는 대통령 후보 토론회 사이에 한 번 끼워서 하는 부통령 후보 토론회는 '대리전' 성격이라 크게 주목받기 힘들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달랐다.

77세 고령의 바이든 후보는 애초에 자신을 다음 세대로의 '다리' 역할을 하는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나중에 정정하긴 했지만, 재선에 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적도 있다. 그렇다면 해리스는 바로 다음 그 '다리'를 건널 주자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펜스 부통령은 워낙 카리스마 강한 대통령 밑에서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사정이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불의의 사태 때 '권력 승계 1위'로서 주목받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토론에서 두 후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유고 시 대통령직을 승계할 자질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1차 대통령 후보 토론 때와는 달리 7일(현지시간) 열린 부통령 토론회에선 두 후보 사이에 투명 아크릴판인 플렉시 글래스를 설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1차 대통령 후보 토론 때와는 달리 7일(현지시간) 열린 부통령 토론회에선 두 후보 사이에 투명 아크릴판인 플렉시 글래스를 설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3.8m 떨어지고 투명 아크릴판 설치

지난달 29일 1차 TV토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백악관 인사들이 잇따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당시 상황이 논란이 됐다. 두 후보 간에 12피트 8인치(3.8m) 거리를 띄웠고 서로 악수도 안 했지만 실내에서 이뤄진 만큼 감염 위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 가족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나 이방카 트럼프 등은 마스크를 쓰지도 않았다.

이런 논란을 의식해 이번에도 비슷한 거리를 띄우고 후보들 사이에는 투명아크릴판인 플렉시 글라스를 설치했다. 후보와 진행자를 제외한 나머지 관객들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쫓아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NYT는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전파되고 최근 실내 환경에서 16피트까지 날아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이런 조치가 무의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응 패장" vs "급진 좌파 대표"

토론 전부터 검사 출신의 해리스가 펜스 부통령을 몰아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주 검찰총장 출신의 연방 상원의원인 그는 지난해 5월 윌리엄 바 법무장관의 인준청문회, 6월 민주당 경선에서 날카로운 언변을 보인 바 있다.

이날 토론에서 해리스 후보는 미국에서 21만 명 넘는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것,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것 등 모두 "트럼프 리더십의 실패"라고 공격했다.

인디애나주 주지사 출신의 펜스 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때도 역시 부통령 후보로 토론회에 나와 당시 민주당 후보인 팀 케인 상원의원에게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펜스 부통령은 해리스가 상원에서 내놨던 법안 등을 바탕으로 '급진 좌파 세력을 대변한다'는 공세를 폈다.

1차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끝난 뒤 이를 중계하던 NBC의 사바나 구트리 앵커는 "이것은 정상적인 토론이라고 할 수 없다. 정상적인 미국 민주주의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혹평한 바 있다. 그때에 비하면 이날 두 부통령 후보의 토론은 상당히 '정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했다.

언론에선 지난 토론 때는 잘 보이지 않던 정책 대결도 이번 토론에서 펼쳐졌다고 평가했다. NYT는 "이번 부통령 후보 토론회가 어쩌면 2024년 대선 토론의 전초전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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