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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000만원 말고 100만원짜리로...라이더들의 보험 꼼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배달음색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음식 배달업에 종사하는 오토바이 라이더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제대로 된 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은 채 배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계기로 배달음색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시장이 커지는 만큼 음식 배달업에 종사하는 오토바이 라이더의 수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들 대부분은 제대로 된 보험조차 가입하지 않은 채 배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A배달대행업체 소속 8명의 배달원(라이더)는 올해 12건의 교통사고를 냈다. 무사고로 한 해를 보낸 사람이 없었다. 이 중 9건의 사고의 당사자였던 라이더가 유상운송용 보험(이하 유상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사고 비용을 스스로 부담했다. A업체 대표 강모(31)씨는 “라이더를 뽑을 때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할 의무가 없다”며 “라이더 대부분이 무보험이거나 개인용 보험에 가입한 채 불법 배달을 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2. 2년차 라이더인 김창현(23)씨는 지난 6월 오토바이 유상보험에 가입했다. 가정용 보험을 가입한 채 배달을 하다 수입차와 사고가 발생해 총 2700만원을 물어준 게 교훈이 됐다. 김씨는 “예전엔 개인용 보험에 가입한 뒤 사고가 나면 ‘배달 목적이 아닌 단순 이동 중 사고였다’며 보험금을 청구하곤 했는데, 요즘엔 보험사 심사가 깐깐해져 더 이상 그런 수법이 안 통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체 소속 라이더가 총 17명인데 나를 제외하곤 모두가 제대로 된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고가 나 봐야 정신차리는데, 당장 보험료가 아깝다고 유상보험 가입을 꺼린다”고 말했다.

라이더들의 생존을 위한 꼼수 

배달음식 플랫폼을 통해 배달 주문을 수행하는 라이더의 경우 의무적으로 유상운송용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연합뉴스]

배달음식 플랫폼을 통해 배달 주문을 수행하는 라이더의 경우 의무적으로 유상운송용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연합뉴스]

오토바이 운전자가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은 크게 유상운송용,무상운송용,개인용(또는 가정용)으로 분류된다. 배달 건당 수수료를 받는 라이더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 유상운송용 보험이다. 무상운송용 보험은 특정 업체에 직고용 된 배달원들이 가입하는 보험이다.중국집·치킨집·피자집 사장은 전속 배달원을 고용할 때 이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라이더들이 자신과 일반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사실상 무보험 질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국내 1위 배달대행업체인 생각대로(인성데이타)와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 명의로 가입된 유상보험 가입 건수는 올해 급감했다. 2017년 2409대였던 두 업체의 유상보험가입건수는 2018년 1만516대, 2019년 3만1121대로 빠르게 늘다 올해(지난 8월 기준)엔 5208대로 급감했다. 배달전문업체가 오토바이를 리스·렌트해 라이더에게 제공하는 오토바이 총 12만8947대 중 2만3764대가 유상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채 불법 배달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개인용 보험에 가입한 오토바이는 2015년 72만2246대에서 올해(지난 6월 기준) 82만9731대로 크게 늘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유상운송용 종합보험은 대부분 1년 보험료가 1000만원이 넘는 반면 개인용 보험은 100만원 안팎"이라며 "보험료가 부담되다 보니 배달대행업체들은 아예 오토바이를 보유하려고 하지 않고, 라이더들은 값이 싼 개인용 보험을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고가 나면 배달이 아니라 이동하다 생긴 일이라고 속여 보험사에 청구해 보지만 실사 과정에서 들통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알면서도 눈 감는 배달대행업체" 

배달음식 월별 거래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배달음식 월별 거래액.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라이더와 불특정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선 배달대행업체 측에서 라이더의 유상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도록 강제해야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배달음식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라이더의 수가 늘고 있는 만큼 최소한의 안정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해서다. 조 의원은 “현재 배달대행 업체 측에선 라이더의 유상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해야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사실상 불법 배달 행위를 눈감아주고 있다”며 “불법을 눈감는 업체와 보험료를 아끼기 위한 라이더들의 꼼수 속에 라이더와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한 위험한 배달 경쟁 가열되고 있다"고말했다.

라이더의 유상보험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선 보험료 체계 자체가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배달대행업체 관계자는 “배달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사고 위험은 크게 느는 상황에 높은 보험료→가입 기피→보상 곤란의 악순환이 맞물리고 있다”며 “300~500만원짜리 오토바이를 이용해 배달로 생계를 잇는 라이더에게 1000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비현실적인 보험로 체계를 손보는 게 먼저”라고 주장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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