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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들 입원 원하지만···80%는 경증, 생활센터로 충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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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대진고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학생들이 줄서 있다. 연합뉴스

7일 오후 서울 노원구 대진고등학교 운동장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학생들이 줄서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10개월째 접어들면서 사망률이 크게 떨어지는 등 발생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봄 유행 때와 비교해 최근의 양상이 크게 달라졌기 때문에 대응 전략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발생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나.
"가을에 접어들면서 유럽·미국 등에서 코로나19 재유행이 시작됐다. 네덜란드·덴마크 등은 지난달 중순에 봄철 유행 피크보다 더 올라갔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유럽 17개국과 미국이 비슷한 양상이다. 그러나 사망은 봄과 크게 다르다. 영국의 경우 4월 8일 피크 때 하루 사망자가 875명이었고, 이달 5일은 24명에 불과했다. 미국은 4월 피크 시기 일주일 평균 1일 사망자가 2196명이었고, 이달 6일은 696명이다. 유럽 17개국, 일본 등이 비슷하다. 7월 이후 환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지만 사망자는 늘지 않는다."
 -한국의 사망률은 어떤가.
"한국 사망률 피크가 5월 26일 2.4%였으나 최근에는 1.7%대로 떨어졌다. 항체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망률을 별도로 추정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달 공개한 항체 양성률은 0.07%이다. 전체 인구에 대입하면 3만6000명이 감염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6일 0시 기준 사망자 425명은 3만6000명의 1.12%에 해당한다. 다른 조사에서는 0.1%로 나온다. 공식 사망률보다 더 낮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바이러스가 달라졌나.
"미국 연구에서 감염력, 즉 증식력이 커진 게 확인됐다. 중국보다 나중에 나온 유럽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가 빠르다. 한국의 바이러스 유형이 V·S 타입에서 GH타입으로 바뀐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기온이 내려가면 호흡기 바이러스 활동이 활발해지는데, 코로나도 감염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사망률이 떨어진다고 해서 바이러스 독성이 약해졌는지는 아직 모른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나.
"봄과 비교하면 감염자의 연령이 크게 낮아졌다. 미국 유럽 17개국의 확진자 연령분포를 보면 4월초 피크 때 50대 이상이 훨씬 많았으나 9월에는 3분의 1이 채 안 된다. 미국도 비슷하다. 젊은층의 활동이 늘었기 때문이다. 감염돼도 무증상이 매우 많다. 영국 정부가 5~9월 네 차례에 걸쳐 시민 59만4000명을 검사했더니 458명이 확진됐고, 이중 72%가 무증상이었다."
-나라마다 사망률이 다른 이유는.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 인터뷰 #"코로나19 사라지지 않는다. 위드 코로나로 가야 #과도한 공포심은 금물, 의료체계 붕괴되는 것 막아야"

"마스크 착용, 환기 상태 등에 따라 노출 바이러스양이 다르다. 고령인구의 비율, 치료 경험과 치료제 개발 능력, 방역 행정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양상 변화는 뭘 의미하나.

"주요 감염병 중 사스만 유일하게 근절됐다. 감기를 야기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4종이 토착화돼 있다. 메르스도 중동에 풍토병화 됐다. 코로나19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방역으로 코로나의 지역사회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퇴치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코로나19와 같이 살 지혜를 짜야 한다. 위드(with) 코로나가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이 코로나19에 과도한 공포심을 갖고 있다. 경각심을 높이면 좋은 점도 있지만 두려움을 키울 우려가 있다. 방역에는 좋을지 몰라도 의료시스템에 경고등이 켜진다. 코로나19 확진자의 80%는 경증인데, 병원을 찾는다. 생활치료센터에 가도 충분한데 다 입원을 원한다. 큰 병원에서 상태가 좋아지면 생활치료센터로 가야 하는데, 잘 안 간다. 병실의 선순환 구조가 깨진다. 이러면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다. 봄보다 코로나의 위험도가 낮아진 점 등을 홍보할 필요가 있다. 노인을 비롯한 사망위험군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 뉴스1

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 뉴스1

-가장 걱정되는 점은.
"치사율이 낮아진다고 해도 2,3월 대구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의료시스템이 감당하지 못한다. 감염 속도가 빨라지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지금처럼 감염자의 동선을 쫓는, 개인을 따라가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지자체·보건소가 동선 추적에 매달리면 의료시스템 준비 여력이 위축된다."
-대안은 뭔가.
"일본은 8월 말 입원이냐 숙박시설(우리의 생활치료센터)이냐를 결정할 때 의학적 판단을 따르게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대량 환자가 발생할 경우 이런 게 있어야 한다. 의료진이 중증도를 평가해 환자를 분류해서 입원여부를 결정하고 환자가 따르면 의료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날씨가 더 추워지면 전국적으로 환자가 생길 텐데 걱정이다. 지자체마다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중증도에 맞게 의료가 대응해야 한다. 국가지정 병원 중심에서 지역과 보건소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
오 위원장은 "최선의 시나리오는 거리두기 수위를 조절하면서 지금 준비한 병실, 특히 중환자실이 넘치지 않게 유지하면서 봄까지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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