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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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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한애란
한애란 기자 중앙일보 앤츠랩 팀장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사람들이 못 가지면 아주 간절하게 갖고 싶어하고, 막상 가지면 골칫덩이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는데 요트·별장·애인이란다.”

지명 스님이 2001년 신문에 쓴 칼럼 ‘무(無)로 바라보기’를 통해 전한 이야기다. 본인이 중고 요트 한 척을 헐값에 구입하게 된 사연을 소개하면서다. 그리고 3년 뒤 그는 동력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그 요트에 의지해 5개월에 걸쳐 태평양을 횡단해 화제가 됐다. 그 요트에 붙인 이름은 ‘바라밀다’(波羅蜜多, 깨달음의 언덕에 도달한다). 태평양 횡단 얼마 뒤 스님이 바라밀다를 결국 판 것을 보면, 요트가 주는 깨달음 못지않게 관리의 부담도 크긴 컸나 보다.

요트는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자 부의 상징으로 통했다. 1940년 출간된 프레드 쉐드의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엔 이 책 주제를 드러내 주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다른 도시에서 온 한 방문객이 가이드 안내를 받으며 경이로운 뉴욕 금융가를 구경하고 있었다. 이들이 맨해튼 남쪽 배터리 공원에 도착했을 때, 가이드 중 하나가 정박 중인 멋진 보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보세요. 저 배들이 바로 은행가와 주식중개인의 요트랍니다.’ 그러자 순진한 방문객은 물었다. ‘그러면 고객들의 요트는 어디에 있나요?’”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에도 요트는 부유한 금융인과 그들의 탐욕을 보여주는 상징물로 통했다.

그런 요트의 이미지 때문에 억울한 경우도 생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달린 ‘호화 요트’ 논란이 그런 경우였다. 1991년 당시 야당 대변인이던 노무현 의원에 대해 한 매체가 ‘개인 요트를 소유한 상당한 재산가’라며 보도했다. 노 의원은 이에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해 이듬해 승소했다.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그의 요트는 엔진과 선실이 없는 2인승 ‘딩기 요트’로, 제작비 120만 원짜리였다.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는 등산, 2만 달러 골프, 3만 달러 요트’. 요트가 선진국형 레저활동이라며 요트계에서 많이 하는 이야기다.  해양수산부도 2015년부터 “마리나가 미래 성장동력”이라며 요트산업 육성에 나섰다. 이미 3년 전 시작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이제 요트 대중화의 시대가 열렸나. 요트 해외여행을 떠난 장관 배우자를 보며 든 단상이다.

한애란 금융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