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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이지 않은 코로나19 돌연변이…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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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코로나19 돌연변이의 진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코로나19 중대 돌연변이 발생과 감염증 재발, 코로나19 백신 개발 무용지물 되나?”

코로나19의 돌연변이 속도는 인플루엔자보다 5배 느려 #사람들이 면역력 없어 굳이 돌연변이 일으킬 이유 없어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의 98% 이상이 G614형으로 단순 #이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 요인

최근 코로나19로부터 회복된 사람들이 재감염됐다는 보고에 대한 언론의 머릿기사다. 홍콩대 연구팀은 지난 3월 완치됐던 코로나19 환자가 유럽 여행을 다녀온 뒤 4개월 만에 코로나19에 재감염됐다고 보고했다. 유럽·미국에서도 재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며, 국내에서도 코로나19 재감염 의심 사례가 나왔다. 재감염 환자들은 첫 감염 때와 다른 돌연변이 유전형의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재감염은 다른 바이러스에서도 흔하게 일어나는 현상이다. 면역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정보만 알려줄 뿐, 바이러스가 더 위험한 방식으로 돌연변이가 되고 있는지와는 무관하다. 재감염은 코로나19에서 회복되면서 형성된 항체의 지속 기간이 너무 짧거나, 항체가 바이러스를 인식할 수 없을 만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돌연변이가 돼 일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정황과 증거들은 재감염이 돌연변이가 아닌 짧은 항체 지속 기간 때문에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현 코로나바이러스, 우한 버전과 거의 같아

돌연변이는 방사성 핵 물질이나 암 발생을 연상하게 해 우리를 두렵게 한다. 바이러스를 주제로 한 공상과학소설과 영화도 돌연변이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부추기는데 한몫한다. 그러나 돌연변이는 모든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으로, 진화의 원동력이다. 특히 RNA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는 바이러스 복제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부산물일 뿐이다. 돌연변이를 통해 생물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자가 선택적으로 살아남는다.

팬데믹 진행 과정에서 ‘바이러스 돌연변이’를 걱정해야 할 때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때가 구분된다. 첫째, 돌연변이는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을 돌파해 새로운 숙주를 감염시키는 데 필요한 사건이다. 돌연변이 때문에 코로나19가 박쥐에서 인간으로 옮아왔다. 그러므로 중간 숙주에 있는 바이러스의 돌연변이는 걱정스럽고 추적할 필요성이 있다. 둘째, 전염병 기간에 발생하는 돌연변이는 바이러스가 숙주에 적응해가는 과정이다. 현재 코로나19 상황이며, 이는 걱정할 필요 없다. 셋째, 자연 감염 혹은 백신으로 면역이 생기면 면역 회피를 위해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촉진된다. 이는 걱정해야 하며 돌연변이 추적이 필수다.

퍼스펙티브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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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이즈바이러스(HIV)·인플루엔자처럼 RNA를 유전체로 지니는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서 복제할 때마다 빠르게 돌연변이가 일어난다. 자손의 10%가 돌연변이체다. 3만 개 염기로 이루어진 코로나바이러스 유전체에는 매달 평균 두 개의 돌연변이가 축적된다.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한에서 발견된 최초 버전과 비교하면 약 17개의 염기만 다르다. 3만 개 염기를 고려하면 우한 버전과 현재 유행하는 G614 버전은 99.95%가 같다. 그러므로 몇 개의 돌연변이가 일어났다고 해서 이 바이러스를 ‘신종’이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변이체’라고 불러야 한다. 대부분의 돌연변이는 바이러스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극소수만이 전파와 증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수천 개의 돌연변이가 발견됐지만, 현재 한 종류의 돌연변이에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돌연변이는 인간 세포에 바이러스가 부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614번째 아스파르트산(D614)을 글라이신(G614)으로 바꾼다. 미국의 코버 박사팀은 배양세포와 코로나19가 아닌 가상 바이러스를 이용한 인공 실험 조건에서 G614 변이체가 D614보다 전파력이 6배 빠르고, 이 때문에 팬데믹 초기 D614였던 코로나19가 이제 전 세계적으로 G614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 학술지 ‘셀’에 발표됐다.

그러나 영국 연구진이 약 3만 개의 바이러스 시료를 분석한 결과 D614와 G614 간의 전파력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G614와 D614로 감염된 환자들에게서도 임상적으로 차이가 없었다. 무엇보다 G614 돌연변이가 생겨도 중화항체를 무력화시키지 못했다. 아직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더 치명적으로 변했다거나 전파력이 강하게 됐다는 증거는 없다.

백신 내성 생긴 바이러스 돌연변이는 위험

역사적으로도 전염병 진행 도중 일어난 돌연변이가 극적으로 질병에 영향을 준 사례는 거의 없다. 인플루엔자는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돌연변이가 일어나, 훨씬 많은 돌연변이체가 존재했지만 지난 100여 년 동안 인플루엔자 독성과 전파력이 더 심해지지 않았다.

돌연변이에 의해 바이러스 전파력이 다소 높아질 수는 있다. 전파력은 바이러스 특성에 의해서도 일부 결정되지만, 밀집·밀접·밀폐 같은 사람의 행동 양식에 의존적이다. 그러므로 전염병 진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 돌연변이는 치명적이지 않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그렇다면 언제 바이러스 돌연변이를 걱정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사람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이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관점에서는 감염시킬 ‘먹잇감’이 곳곳에 널려 있으므로 생물들이 해당 서식처에 살아남도록 하는 ‘선택압(selective pressure)’이 없으므로 굳이 돌연변이를 일으킬 이유가 없다.

그러나 일단 감염이나 백신으로 면역이 생성되면 선택압이 작용해 숙주의 면역을 회피하려는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생긴다. 따라서 대규모 백신 접종 후에는 바이러스 돌연변이를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점진적인 돌연변이의 누적으로 기존 중화항체 효력이 감소하면 재감염에 취약하다. 매년 바이러스는 조금씩 변화하며 우리는 계속 이에 대응해 백신을 재조정해야 한다. 우리가 독감 백신을 매년 맞는 이유다.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98% 이상이 G614형으로 단순화됐다는 점은 백신 개발 측면에서는 호재다. 화이자에서 개발 중인 RNA 백신도 D614보다 G614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더 효과적임이 입증됐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다른 RNA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보다 5배, HIV보다 4배 돌연변이 속도가 느리다. 이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

돌연변이는 인간 진화의 원동력이다

바이러스는 돌연변이 속도가 매우 빠르며, 모두 자손에게 유전된다. 반면 사람의 돌연변이는 신체의 어느 부위에서 일어나는가에 따라 유전 여부가 결정된다. 생식 세포인 정자와 난자에서 생긴 돌연변이는 유전되지만, 다른 신체 부위(체세포)에서 발생한 돌연변이는 유전되지 않는다. 체세포 돌연변이는 암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어 대부분 해롭다. 생식세포 돌연변이는 해로울 수도 있지만 진화적으로 생존에 유리할 수도 있다.

후천적으로 발암물질에 의해 체세포 복제를 조절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각종 암이 발생할 수 있다. 세포 증식을 조절하는 BRC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유방암과 난소암 발생 위험이 많이 증가한다. 그러나 이처럼 후천적으로 신체 특정 조직에서만 발생하는 체세포 돌연변이는 유전되지 않는다. 정자와 난자 생식세포에서 BRC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신체의 모든 세포에서 돌연변이가 발현되며 이는 유전된다. 따라서 이런 가족은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위험이 큰 ‘암 가족 증후군’을 나타낸다. 유방암과 난소암의 암 가족 증후군을 지닌 미국의 영화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BRCA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음을 확인하고 2013년에 예방적 유방 절제술, 2015년에 예방적 난소 절제술을 받았다. 졸리의 어머니와 외할머니 모두 암으로 사망했다.

유전되는 돌연변이는 진화적으로 사람에게 유익할 수도 있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옮기는 전염병으로, 매년 2억~3억 명이 감염되는 위험한 질병이다. 말라리아 원충은 사람 적혈구 속에서 증식한다. 말라리아 유행 지역의 사람들은 적혈구 모양이 둥글지 않고 낫 모양으로 찌그러져 있는데, 이는 헤모글로빈을 암호화하는 DNA에서 한 개의 염기가 돌연변이 돼 나타나는 현상이다. 적혈구에 있는 헤모글로빈은 신체 조직으로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낫 모양 적혈구를 지닌 사람은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 능력이 결핍돼 빈혈증을 앓는다. 흥미롭게도 낫 모양 적혈구에서는 말라리아 원충이 증식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낫 모양 적혈구 보유자는 빈혈증을 앓긴 하지만 말라리아 창궐 지역에서는 생존에 유리하고 자손을 남길 확률이 정상인보다 높다. 진화에서 생물은 ‘강한 자’가 아니라 ‘환경에 적응한 자’가 살아남는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