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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깃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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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서정민 기자 중앙일보 중앙SUNDAY 문화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서정민 스타일팀장

누군가 당신의 휴대폰을 훔쳐보고 있다? 영화 포스터 같은 이 문구는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사람들로 꽉 찬 출퇴근길, 버스·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안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내 휴대폰으로 향하고 있다 느꼈다면, 옆에 서 있는 그가 바로 ‘흘깃족’(그림)이다.

흘깃족의 출현은 최근 일이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출퇴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이신문을 봤고, 때문에 종종 신경전이 벌어졌다.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신문을 누군가 공짜로 힐끔거릴 때 느껴지는 불쾌감, 신문 펼친다고 양팔 쫙 벌린 사람에게 공간을 뺏긴 불편함이 이유였다. 참고로 중앙일보가 2009년 도입한 베를리너 판형(32.3×47㎝)은 대판과 타블로이드판의 중간 크기로 휴대와 읽기가 기존 신문보다 훨씬 편하다. 당시 중앙일보 광고 사진의 배경도 지하철이었다.

'흘깃족'은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어깨 너머 몰래 훔쳐보는 이들을 말한다. 일러스트 전시내

'흘깃족'은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의 휴대폰을 어깨 너머 몰래 훔쳐보는 이들을 말한다. 일러스트 전시내

요즘의 흘깃족은 사생활 침범 문제로 논란이 크다. 특히 친구 또는 연인과 수시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사적인 이미지로 가득한 SNS에 빈번히 접속하는 MZ세대의 불만 수위가 높다. 분노의 화살은 대부분 ‘꼰대’라 불리는 중년에게 향하는데, 이들도 억울하다. 사방이 휴대폰 천지라 안 보려 해도 보이는데 어쩌라고. 노안이라 글씨 안 읽히는 것도 서글픈데 시선 한 번 마주쳤다고 힐난의 눈빛 레이저까지 받아야 하나.

사람들이 밀집한 공공장소에서 사적인 정보들을 무신경하게 노출하는 젊은층, 무료하게 시간을 허비하느라 시선 둘 데조차 마땅치 않은 중년들. 양쪽 다 ‘흘깃족’ 논란에서 당당하지 못하다.

서정민 스타일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