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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 한국 신용등급 유지했지만 “인구 고령화와 부채 급증 경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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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런던에 있는 피치 사무실 . [로이터=연합뉴스]

런던에 있는 피치 사무실 . [로이터=연합뉴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현재 수준(AA-)으로 유지한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신용등급의 전망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2012년 이후 8년째 AA- 등급 부여 #“수출·투자는 위축, 내수는 선방”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1% 제시

앞으로 6~12개월 안에 신용등급을 바꿀만한 요인이 없을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피치는 2012년 9월 이후 8년 이상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고 있다.

피치는 한국 경제의 중기 도전 과제로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 ▶인구 고령화 ▶완만한 경제성장을 들었다. 그러면서 “양호한 대외 건전성, 지속적인 거시경제 성과, 재정 여력 등을 반영해 신용등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피치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1%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8월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1.3%)보다는 약간 높았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급격한 세계 경기 침체가 한국의 수출과 국내 투자를 위축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반도체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각했던 일부 국가와 비교하면 한국의 내수 소비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은 강도 높은 폐쇄 조치 없이도 효과적으로 코로나19 대응 전략을 펼쳤다”라고 덧붙였다.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은 7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한국 신용등급이 역대 최고 수준을 지키고 있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기구의 신인도가 재확인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치는 한국 가계와 정부의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는 복지 지출을 늘리는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국가 재정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의 95.9% 수준을 기록했다”며 “저금리의 장기화는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가계부채에 더욱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피치는 지난 2월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이 2023년 GDP의 46%까지 높아지면 신용등급을 내리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올해 들어 네 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한국의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말 GDP의 43.9%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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