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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미국이…‘확진자’ 트럼프 일탈에 방역 자존심 구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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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완치 전 퇴원을 강행하고, 공공연하게 마스크를 벗는 행동을 두고 국내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트럼프, 입원 중 깜짝 외출에다 #복귀 직후엔 마스크 벗고 경례 #한국선 최고 징역형 범죄 소지 #‘방역 교본’ CDC 대응도 낙제점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한국의 방역 기준에서 볼 때 ‘기행(奇行)’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74세인 고령 확진자가 국내에서 격리 조치를 어기고 병원 밖으로 나갔다면 현행 법률상 범법 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 국내 감염병 예방법은 자가격리나 입원치료 조치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진 뒤 병원에 입원했지만, 지난 4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병원 밖으로 ‘깜짝 외출’했다. 차량을 타고 병원을 한 바퀴 돌았는데, 현지에서도 통상적인 격리 조치를 위반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은 시작일뿐이었다. 다음날 입원 사흘 만에 조기 퇴원을 한 데 이어 백악관 복귀 직후엔 마스크를 벗고 경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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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70대 고령의 고위험군 확진자는 열이 내리고 상태가 호전하더라도 2~3주가량 입원 치료를 하는 게 통상적이다. 다만 퇴원의 경우 주치의 판단 재량이기 때문에 법 위반사항은 아니라는 게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의 견해다. 방지환 중앙감염병 병원운영센터장은 “국내에서 사흘 만의 퇴원은 이례적으로 보일 순 있지만 퇴원 여부는 주치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미국 내에서도 통상적인 것은 아니어서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완치 전 백악관에 복귀해 마스크를 벗은 행동은 직원들에게 추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방역 최강국으로 손꼽히는 미국에서 최고 통수권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현실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한국 보건당국엔 교과서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대응을 보면서 실망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미국의 방역 자존심이 제대로 구겨졌다는 평가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법률상 제한이 없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탈 행동은 미국에서도 방역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쌓아온 그간의 방역 명성도 리더에 따라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초기 중국을 비웃었지만, 9개월여 지난 지금 미국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및 사망자 수에서 세계 1위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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