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준 "인국공 1902명, 靑지시로 직고용…내부문건 입수"

중앙일보

입력 2020.10.07 20:43

업데이트 2020.10.07 20:56

지난 7월 7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지난 7월 7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천공항공사에서 공사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항의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보안검색요원 직접 고용으로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인국공 사태'와 관련해 직고용 결정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이 내부문건을 바탕으로 주장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유 의원은 7일 기재위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직고용 결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정황이 담긴 공사 내부문건을 입수했다고 밝히며 이같이 주장했다. 3년 동안 노·사·전문가협의회가 논의해 합의한 '보안검색요원 자회사 직원 전환'이 청와대 개입 직후 '청원경찰 직고용' 형태로 변경됐다는 주장이다.

구본환 靑 대면보고 땐 "직고용 어렵다"

구체적으로 유 의원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구본환 전 공사 사장은 지난 3월 노·사·전문가협의회의 합의사항을 청와대에 대면 보고했다. 구 전 사장의 당시 청와대 대면보고에서는 소방대 등 241명에 대해서만 공사가 직고용하고 보안검색요원 1902명은 법적 문제로 직고용이 어렵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수경비원 신분을 유지하려면 직고용이 어려워, 별도회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달여 뒤인 지난 4월 10일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실은 보안검색요원 직고용을 추진하라며 유선 지시를 공사에 내렸다. 문건에는 관련 법 개정 등이 필요하면 법적 문제를 해소하라는 내용도 지시에 포함됐다고 적혀있다.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뉴시스

구본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뉴시스

靑 "공사법 개정, 직고용 방안 확인하라"

다시 한 달여가 지난 5월 20일에는 청와대 주관으로 경찰청,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국방부, 국정원이 참석하는 회의가 열렸다. 공사는 부르지 않았다. 문건에 따르면 이 회의에서 청와대는 ▶보안검색요원이 특수경비원 신분을 유지하도록 공사법을 개정하면 위헌에 해당하는지 ▶특수경비원 신분을 해제해 보안검색요원을 직고용하는 방안은 없는지 등을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공사가 청와대 지시 내용을 내부 법률자문을 받아본 결과, 공사법 개정은 위헌 소지가 낮고, 보안검색요원의 특수경비원 신분을 해제하면 공항 운영에 장애가 생겨 공항 방호인력 손실이 예상된다고 결론 내렸다.

5월 28일에는 청와대가 주관하는 관계기관 2차 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도 공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2차 회의 후인 6월 16일 공사는 법무법인 화우에 보안검색요원 직고용 추진 방안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화우는 이틀 뒤인 6월 18일 '법 개정을 해야 할 경우 법 통과 등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므로 시급성을 고려해 법 개정 없이 청원경찰로 전환하는 것이 낫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공사는 화우에서 회신을 받은 날 청원경찰 전환 직고용 방안에 대해 관계기관 의견을 조회했고, 하루 뒤 경찰청을 제외한 국토부, 고용부, 국방부, 국정원에서 '이견이 없다'는 답변을 보냈다.

전 통계청장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2017년 8월 28일 서울 서소문동 중앙일보 본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전 통계청장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 2017년 8월 28일 서울 서소문동 중앙일보 본사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유경준 "靑, 241명만 직고용 못 받아들인것"

유 의원은 청와대 회의 이후 각종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관계기관 의견을 듣고 이틀 뒤인 6월 21일 구 전 사장이 직고용 방안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인천국제공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찾은 외부일정 장소이고 문재인 정부의 대표 공약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이 발표된 상징적인 장소"라며 "그런데 노·사·전문가협의회 합의처럼 법적 문제로 직고용 인원이 241명밖에 되지 않는 것이 청와대는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그간 부적합하다고 결론이 난 청원경찰 직고용을 청와대가 관여해 추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청와대 지침 없이는 공사가 이틀 만에 관계부처 의견 조회 회신을 받아 발표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의 질의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용을 모르면서 막 대답할 수 없다"며 "이 사안에 대해 기재부가 관여할 수 있는 것은 정원과 평가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노·사·전협의회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기재부는 개별 기관의 정규직화 방법에 대해서는 일일이 간섭할 권한도 없거니와 관여하지 않았다"며 "기재부는 전환이 제대로 됐는지 평가하고 기업 경영 관련 사안이 있으면 그런 데 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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