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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미디어 넘어 금융까지…진격하는 '택진이형'의 AI 10년

중앙일보

입력

게임회사 엔씨소프트가 인공지능(AI)기술 회사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다져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스포츠·미디어·금융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의 미디어 쇼케이스 '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라움아트센터에서 열린 신작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의 미디어 쇼케이스 '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엔씨소프트는 KB증권, 디셈버앤컴퍼니(이하 디셈버)와 함께 ‘AI 간편투자 증권사’를 만들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엔씨소프트와 KB증권이 각 300억원씩 디셈버에 투자해 합작법인을 만드는 형태다. 디셈버는 로보어드바이저(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서비스 ‘핀트’를 운용 중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금융 AI 기술 확보와 AI 경쟁력 고도화를 목표로 합작법인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새 합작법인에서 엔씨소프트는 ‘AI 프라이빗 뱅킹(PB)' 개발에 나선다. 회사가 보유한 자연어처리(NLP·사람이 쓰는 말을 기계가 이해하고 구사하도록 하는 AI)기술과 KB증권의 투자 노하우, 디셈버의 금융 데이터를 접목한다. AI가 자산관리를 조언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발전시켜 향후 AI 금융투자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그림이다.

게임회사인 엔씨소프트가 금융 분야까지 진출하게 된 것은 일찌감치 범용성 높은 AI 원천기술을 개발해왔기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 김택진 대표의 배우자인 윤송이 사장 주도로 AI 연구조직을 만들었다. 이후 윤 사장이 북미 법인인 엔씨웨스트 대표로 이동하면서 김택진 대표가 AI 조직을 키워왔다.

엔씨소프트, 디셈버앤컴퍼니, KB증권은 지난 6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합작법인 출범을 위한 조인식을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디셈버앤컴퍼니 정인영 대표이사, 엔씨소프트 정진수 수석 부사장.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디셈버앤컴퍼니, KB증권은 지난 6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에서 합작법인 출범을 위한 조인식을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디셈버앤컴퍼니 정인영 대표이사, 엔씨소프트 정진수 수석 부사장. [사진 엔씨소프트]

김 대표는 2013년 1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1년 넘게 매주 AI랩 연구원 전원(당시 10여명)이 참여하는 ‘이노베이션 세미나’라는 연구모임을 직접 진행했다.  세미나 주제는 AI와 관련된 모든 것이었다. 수많은 기술적 쟁점들이 쏟아져 나왔고 치열한 논의 끝에 자연어처리(NLP) 분야의 기반 기술 연구를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매주 김택진 대표와 토론을 벌였던 이재준 엔씨소프트 AI 센터장은 “엔씨소프트를 AI 기술 회사로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1년 간의 세미나를 통해 NLP 등 중점 연구분야가 정해지면서 본격적인 연구개발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10여 명에 불과했던 조직은 해를 거듭할수록 몸집이 불어났다. 현재 순수 AI 연구 인력만 200여 명. 게임·스피치·비전 AI를 연구하는 AI센터와 언어·지식 AI를 연구하는 NLP센터로 나눠 전문성을 강화했다.

엔씨소프트 AI기술 활용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엔씨소프트 AI기술 활용법.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밑바닥부터 기술을 다져온 엔씨소프트는 이를 자체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우선은 제일 잘하는 게임부터였다. 2016년 블레이드앤소울을 업데이트하면서 AI 캐릭터(NPC)를 집어 넣은 게 대표적이다. 덕분에 그간 정해진 방식대로만 반응하던 게임 속 캐릭터가 상대에 따라 실시간으로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식으로 진화했다. 2018년엔 프로야구 정보 앱 ‘페이지’를 선보였다. 회사는 프로야구 구단 엔씨 다이노스 구단주다. 페이지에선 프로야구 경기가 끝나면 15분 안에 5분 안팎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볼 수 있다. AI가 주요 경기 장면을 골라 알아서 편집한다. AI가 만든 경기 리뷰도 읽을 수 있다.

최근 들어선 외부와 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4월부턴 AI가 작성한 날씨 기사를 연합뉴스에 제공하고 있다. AI는 기상청의 일기예보 통보문과 한국환경공단 미세먼지 데이터를 해석하고, 학습한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사를 쓴다. 회사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게임회사이지만 '콘텐트·IP'(지식재산)와 개발력 및 AI 등 '기술'이라는 두 개의 큰 축을 중심으로 내부 투자와 외부 협업을 병행한다"며 "이번 KB증권과의 협업도 그런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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