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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지지 말자" 日 프로레슬러들, 열차서 응원의 헤드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3일 오전, 일본 니가타(新潟)현 우오누마(魚沼)시 에치고스하라(越後須原)역에서 2량짜리 작은 열차가 출발했다. 차 내에는 승객 40명이 타고 있었다.

프로레슬러 5명, 갑자기 열차에 뛰어들어 싸워 #JR 다다미선 4년째 연 '열차내 프로레슬링' 행사 #올해는 코로나에 지친 시민 위로하는 의미 담아

지난 3일 일본의 한 기차 안에서 코로나에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는 '열차 내 프로레슬링' 행사가 열렸다. [사진 NHK 화면캡처]

지난 3일 일본의 한 기차 안에서 코로나에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는 '열차 내 프로레슬링' 행사가 열렸다. [사진 NHK 화면캡처]

기차가 니가타현을 벗어날 무렵, 복면을 쓴 5명의 프로레슬러가 갑자기 열차 안에 등장했다. 이들은 열차 안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상대 선수에게 찹(손날치기)을 날렸다. 상대 선수에게 헤드락(머리를 팔로 감싸는 기술)이나 암바(팔을 잡고 팔꿈치를 꺾어 누르는 기술)를 걸거나, 좌석에서 훌쩍 뛰어올라 바닥에 누운 상대를 덮치는 바디 프레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NHK 방송,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 갑작스러운 레슬링 시합은 JR 다다미(只見)선이 기획한 '열차 내 프로레슬링' 행사였다. 선수들은 니가타현 프로레슬링 협회 회원들이다. "대단해!"라고 함성을 지르며 휴대폰으로 선수들을 촬영한 승객들은 사전에 초대된 프로레슬링 팬들이었다.

2017년 시작된 '열차 내 프로레슬링'은 2011년 폭우로 JR 다다미선의 일부 구간이 불통된 후 불편을 겪는 지역 주민을 위로하고 복구를 응원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다. 4회째를 맞는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지만, 주최측은 "감염병에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자"는 취지에서 개최를 결정했다.

지난 3일 일본 니가타현 프로레슬링협회 소속 프로 레슬러들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 레슬링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NHK 화면캡처]

지난 3일 일본 니가타현 프로레슬링협회 소속 프로 레슬러들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 레슬링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NHK 화면캡처]

이날 선수들은 복면을 쓰고 있었으며, 관객들은 모두 마스크와 페이스 실드 등을 착용했다. 경기 관람 전 체온 측정과 손 소독도 했다.

승객 중 한명은 NHK에 "오랜만에 스트레스를 발산할 수 있어 좋았다.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니 엄청난 박력을 느꼈다"고 기뻐했다. 메구로 코지(目黒公司) 실행위원장은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 싸우는 프로레슬러들의 모습을 통해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다시 일어서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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